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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노후에 국민연금 더 받고 보험료는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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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기구, 국민연금 제도개선에 주력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여야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면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기로 했다. 턱없이 낮은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하려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가 최대 쟁점이던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 문제에서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해 그 적정성 및 타당성을 검증해 실현방안을 마련하기로 함으로써 앞으로 소득대체율이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사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그 만큼 더 부담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수준의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해마다 떨어지던 소득대체율 45% 선에서 멈출까

명목 소득대체율은 연금을 받을 때의 금액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과 대비해 어느 정도의 비율인지를 나타낸 지표다. 이를테면 소득대체율이 50%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40년)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월 5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가입기간 40년 기준 70%였다. 그러나 기금고갈 논란에 재정 안정론이 힘을 얻으면서 1998년 1차 연금개편에서 60%로 하락했다. 이어 2007년 2차 연금개편에서는 또다시 6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떨어지게 돼 있다. 평균 100만원을 벌던 국민연금 가입자가 40년 동안 꼬박 보험료를 냈다면, 애초 연금 수급연령인 65세부터 월평균 70만원을 받기로 했던 게 60만원에서 다시 40만원으로 곤두박질 친다는 말이다. 이마저도 극심한 청년취업난을 뚫고 운 좋게 20세에 직장에 들어가 정년에 해당하는 60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4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의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정규직과 구조조정 등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불안한 노동시장에서 40년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0% 안팎으로 명목 소득대체율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다. 국민연금만으론 은퇴 전 경제활동 당시 벌어들인 생애 평균소득의 5분의 1 정도만 충당할 뿐이란 말이다. 최저 생계비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이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5년 현재 명목 소득대체율은 46.5%이다.

여야는 이처럼 노후 최후 보루 구실을 못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다소나마 완화하려던 목적에서였다. 그러자, 당장 '월권', '세금폭탄', '세대 간 도적질', '은폐 마케팅' 등의 자극적인 말을 동원한 청와대와 복지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여야가 다시 공방을 벌이면서 난항에 빠졌다. 이 때문에 지난 6일 타결 문턱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으로 사회적 기구를 띄우더라도 40%까지 낮춰질 소득대체율을 50%로까지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가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선에서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내놓은 '소득대체율 45%안'이 새삼 관심을 끈다.

이 방안은 2018년 45%에서 소득대체율을 고정해 국민연금이 최소한의 적정 노후소득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소득대체율을 40%로 할 경우 연금기금은 2044년에 수지적자에 이르고 2060년에 바닥을 드러낸다.

소득대체율을 45%로 묶더라도 기금고갈시기에 큰 차이가 없다. 수지적자는 2043년, 소진시기는 2058년으로 소득대체율 40%일 때와 비교해서 연금재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이 방안의 장점이다.

국민연금 제도 전반을 뜯어고치는 출발점이 될 사회적 기구에서 어떤 묘안을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보험료 인상 논의 불붙을 듯

어떻게든 소득대체율이 오르면 연금수령액이 늘어나는 만큼 가입자에겐 분명 이익이다. 그러나 이익을 얻으려면 반드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후세대에 부담을 더 넘기지 않으려면 결국 현세대가 보험료를 더 내는 쪽으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적 저항이 만만찮아 보험료율 인상은 힘든 일이다. 지금껏 연금개혁 때마다 보험료 인상안이 나왔지만 번번이 물거품이 됐을 정도로 국민 저항은 거세다. 생활고로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노후를 대비해 보험료를 더 내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인식 탓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시행 첫해인 지난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에 3%포인트씩 올라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9%를 유지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두 번째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인 당시에도 정부는 애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을 9%에서 2030년까지 15.9%로 단계적으로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보험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면서 결국 보험료율은 1997년부터 유지해온 대로 그대로 9%로 놔두고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추는 선에서 합의했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지 않고 현행대로 40%로 유지하더라도 2060년께 연금기금은 바닥난다.

이런 고갈시점을 늦추려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 논의가 조기에 불붙으면서 보험료율이 실제로 오를지, 오른다면 과연 얼마나 오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 해결 탄력받을 듯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문제에 가려졌긴 하지만, 사회적 기구가 출범하면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여야간, 연금전문가 그룹 간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이다. 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실상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해 노후에 국민연금 혜택조차 못 받게 될 취약계층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으로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전 국민 대상의 공적연금이다. 강제 가입이기에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2천113만명이다. 이 중에서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납부예외자가 457만명이고, 장기체납자가 112만명으로 약 569만명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게다가 전업주부와 학생, 군인 등 국민연금 강제가입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이른바 '적용제외자'가 1천84만명으로 이들은 공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혜택에서 빠져 있다.

복지부는 이들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다.

소득대체율 50% 상향에 보험료 폭탄론으로 어깃장을 놓으며 여야 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야당의 날선 비판을 받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특히 사각지대 우선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보장을 높이기 위한 복지부 정책 기본 방향은 사각지대 해소"라며 "사각지대 문제를 놔두고 연금(수급 수준)만 높인다면 못 받는 사람과 받는 사람들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명목 소득대체율을 올리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는 가입자만 연금수준이 일부 올라갈 뿐, 현재 9%인 보험료도 내지 못해 허덕이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납부예외자는 혜택에서 제외되는 등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이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은 사람들이 연금혜택을 볼 수 있도록 '1가구 1연금 체제'에서 '1인 1연금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무튼, 여야 정치권은 사회적 기구에서 이런 사각지대 해소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절감분 333조원의 20%(약 66조원)을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가입확대에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납부예외자인 주부와 군인의 가입기간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센티브로 더 얹어주는 출산크레딧과 군인크레딧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저소득 근로자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 사업을 내실화하는 다양한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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