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단독/수도권]시민 평가단인지 ‘댓글 알바단’인지…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시, 정책제안에 우수댓글 달면 ‘건당 1000원’

아이디어 수렴 사이트 ‘천만상상’ 평가원 모집에 수당 내걸어 논란

[동아일보]
‘온라인 댓글 하나 달면 건당 1000원.’

인터넷 쇼핑몰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서울시가 시민의 정책 제안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다. 순수한 참여 유도가 아니라 사실상 ‘댓글 알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까지 ‘100인의 천만상상지기’ 모집이 진행된다. 최종 선발된 인원은 ‘천만상상 오아시스(oasis.seoul.go.kr)’에서 1년간 시민제안 평가단으로 일한다.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시민의 창의적 제안을 받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06년 개설된 사이트. 평가단은 시민이 올린 제안에 투표하고 댓글로 의견을 다는 온라인 활동을 펼친다. 1년에 4번 열리는 서울상상마당 등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한다.

서울시는 평가단이 매월 올린 100자 이상의 댓글 가운데 우수 댓글 2000개를 선정해 1건에 1000원씩, 매월 총 2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1인당 지급 한도는 월 5만 원으로 문화상품권 등으로 지급된다. 또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평가단에는 3만 원의 실비가 지급된다.

서울시가 건당 1000원의 금품까지 지급하며 댓글을 쓸 시민 모집에 나선 것은 천만상상 오아시스의 시민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사이트의 독특한 운영구조 탓이 크다. 한 시민이 어떤 정책 제안을 올리면 해당 제안을 본 시민 10명 이상이 ‘찬성투표’를 해야만 담당 부서가 제안을 검토한다. 일정 투표를 받지 못한 제안은 공무원이 들여다볼 기회도 없이 바로 사장되는 셈이다.

지난해 6650건의 시민 제안이 올라왔으나 85%(5619건)가 10표의 ‘문턱’을 넘지 못해 버려졌다. 지난해 이 사이트를 찾은 방문자는 7만6182명. 그러나 실제 투표까지 참가한 사람은 2.6%(2005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 올라와도 ‘10표 추천 규정’ 때문에 빛을 보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제안을 실무 부서에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어 현행 방안이 유지됐다”며 “시민 평가단이 투표와 댓글을 적극적으로 달아 사이트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의 자유로운 정책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사이트에서 평가단에 소속된 일부 시민에게만 수당을 줘가며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비록 상품권이지만 건당 1000원의 수당을 놓고 일각에서는 ‘댓글 알바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 행사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다른 시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평가단 도입으로 천만상상 오아시스의 활동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가단은 수당을 받으며 활동하기에 서울시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평가단이 쓴 댓글은 별도로 분류가 되지 않은 채 누구나 볼 수 있어 자칫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평가단에 대한 보상은 활동에 대한 실비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라며 “시행 후 부작용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채널A 종합뉴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