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인터뷰]전도연, 재기발랄한 신인감독 코미디 구합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화 ‘무뢰한’, 남자영화 장르 속 멜로 굉장히 매력적”

“작품성 있는 영화만 한다고? 전혀 아니에요~”

“지난해 칸, ‘이렇게 부려 먹어도 되나?’ 눈물…올해는 해변 밟았어요”

스타투데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전도연(42)은 재기발랄한 신인감독과의 작업을 갈구했다. 역시 여전히 목마른 연기자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의 여왕이 됐고, 벌써 4번이나 칸의 부름을 받았으니 작품성 있는 작품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강하게 반기를 든다. 오히려 조금은 밝고, 유쾌하며 코미디 기운 물씬 풍기는 작품을 원한다. 신인 감독들의 러브콜도 환영이다. “신인감독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이 요즘 많다”며 호감을 표했다. 하지만 아직 전도연을 만족하게 할 시나리오를 들고 도전한 감독은 없나 보다.

“아무래도 그분들한테는 제가 선배이기도 하고, ‘칸도 다녀왔으니 작품성 있는 영화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전혀 그런 거 아닌데 말이죠.(웃음)”

전도연은 “사람들이 나를 깐깐하고 무섭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김남길이나 공유 같은 배우들은 내 캐릭터가 재미있다고 한다”며 “김남길 같은 경우는 자기와 ‘코미디 꼭 하자’고 하더라”고 웃었다. 본인이 “반전 있는 여자”라는 설명과 함께다.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고 싶다고 했는데, 영화 ‘무뢰한’의 개봉 전 공식 홍보 자리에서 오승욱 감독이 “전도연에게 혼이 많이 났다”고 공개해버려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15년 만에 다시 영화계에 돌아온 감독을 혼냈다니, 오해할 만한 발언이었다. 물론 말 그대로 오해였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매번 ‘이게 내 인생 마지막 촬영이다’,고 ‘또 언제 내가 영화 찍을 수 있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혼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마음 아팠어요. 이번에 칸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독님께 ‘다음 영화 찍을 수 있겠어요!’라고 축하 연락을 드렸죠.(웃음)”

스타투데이

사실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진심을 숨긴 형사 재곤(김남길)과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혜경(전도연),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은 묵혀있던 시나리오가 재탄생된 영화이기도 하고, 제작 지연도 잇따랐다. 배우 이정재가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됐으나 영화 촬영 중 다쳐 하차했다. 전도연도 스케줄 탓 미루고 미루다 확정을 했는데, 이정재가 하차하게 됐으니 고스란히 또 기다림이 이어져야 했다.

오 감독의 처음 시나리오에서 혜경 캐릭터도 주목도가 높지 않다. 전도연의 말을 빌리면, “김혜경은 건조한 여자로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여자의 감정과 스타일에 대해 전도연이 의견을 말했고, 감독과 협의해 혜경은 살아 숨 쉬게 됐다. 남자 영화로만 보일 수 있는 작품이 균형을 맞추게 됐다.

전도연은 “캐릭터를 입체화시키고 이해를 시키고 싶은 욕심들이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이유를 말했다. 또 “남성적 영화 안에 있는 멜로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며 “그 속에서 혜경이 사람들과 어떻게 부딪히고 살아남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초고를 비교해 보지 않아도 전도연이 욕심내 입체화시킨 캐릭터가 스크린 속에서 잘 살아났겠거니 예상할 수 있다.

전도연은 김남길과의 호흡도 만족했다. 사실 초반에는 의심했다. 김남길이 현장에서 지나치게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촬영이 들어가고 연기 를 하니 달랐다.

“재곤 역할이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상남자 같은 남자 재곤이 아이 또는 소년 같은 모습으로, 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모습 등으로 입체적이고 다양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다양한 매력에 영향을 받아서 혜경이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까 해요.(웃음)”

‘무뢰한’ 속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을 듯하지만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 답을 알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도연은 “둘의 마음은 분명한 사랑이라고 느꼈다”고 단언했다. 다만 두 사람이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전도연은 남자 정재곤을 “무척 바보 같다. 모자란 남자 같았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영화적으로는 만족한다. 관객들이 여러 지점을 느끼고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타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으로 초청받았으니 전도연의 칸 방문은 벌써 4번째. 이번에도 칸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방문했을 때, 라면만 먹으며 심사를 해야 해 “호텔에 돌아와 이렇게 사람을 부려먹어도 되냐”며 울었단다.

올해도 바쁘긴 했다. 통틀어 잠은 4~5시간밖에 못 잤고, 룸서비스와 매니저가 한국에서 가져온 밥을 먹어야 했다. 다행히 “한국 기자들과 칸 해변에서 인터뷰해, 모래사장을 한 번 밟아봤다”고 즐거워했다. 소박하다. 아직 진지한 장르의 영화가 몇 편 개봉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조만간 소박하고 유쾌한 작품 속 전도연을 만날 것 같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