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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엔저 공습 무방비…철강·유화 수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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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조사 "원엔환율 감내가능한 수준 넘었다"…철강(963원), 유화(956원) 기계(953원) 順

뉴스1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엔 환율이 장중 900원대 아래로 떨어진 898.72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하기 전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선 아래로 떨어진 적은 있지만 장중 공식적인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에 들어선 것은 7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2015.4.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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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선박용엔진부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중인 전북의 한 기업은 "엔저 이후 일본 조선사들이 우리보다 자국내 협력업체로 거래선을 갈아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엔저 공습이 현실화되며 평소 30억원 규모의 일본 수출이 14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반도체 제조기계를 만들어 온 충남의 한 기업도 저렴해진 일본산 기계와 경쟁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엔저로 중국시장에서 대형장비 입찰 때 일본업체의 저가격공세로 입찰에서 밀리고 있다. 수출물량도 수출컨테이너로 20% 가량 줄었다.

엔저에 따른 일본기업의 공세로 '수출 한일전'에서 국내기업들이 밀리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음식료, 자동차․부품, 조선업종의 우리기업들은 "원엔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일본에 수출중이거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 절반이상(55.7%)이 '엔저로 수출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을 묻는 질문에 대한 기업들의 답변은 평균 '92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평균 원엔환율 908원을 훨씬 상회한 수치다.

업종별로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순으로 지난달 평균치(908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팔아야 하는 중견기업도 있었다. 한 금속기업 관계자는 "최근 유럽시장에서 일본이 가격으로 치고 들어온 적이 있다"며 "한번 점유율을 빼앗기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물량을 줄이지 않고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 중견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경쟁하는데 많이 밀리고 있다"며 "일본 현지에서의 경쟁은 더 어려워 수출물량이 1/3 토막 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엔저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기업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수출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우리 기업 10곳 중 7곳은 엔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련했다'는 응답은 12.0%, '계획중이다'는 18.3%에 그쳤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거 엔고시대를 이겨낸 일본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고시대를 헤쳐 나가기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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