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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OUR WORLD] 벼룩시장서 `득템` 펍에서 `불금`…진짜 로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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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테베레강 왼쪽에 위치한 로마 트라스테베레의 한 골목길 풍경. 트라스테베레는 중세시대 노동자들이 살던 곳으로 지금은 레스토랑과 와인바가 밀집해 있어 밤에 더 휘황찬란한 곳이다.


"도대체 이탈리아 벨로(Bello·멋진 남자)는 어디 있어요?"

대다수 사람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온 지 하루 이틀이 지나면 꼭 하는 질문이다. 머리 아파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누군가. 이탈리아에선 '장동건'이 운전을 하고, '소피아 로렌'이 커피를 타준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파하신 분 말이다. 호텔리어 신분을 버리고 혈혈단신 이탈리아로 떠나와 가이드에 투신한 지 3년여. 감히 말한다.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봐도 패셔니스타 한 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렇게 설득해도 먹히지 않는 분들이 있다. 기어이 이탈리아노 장동건을 보고 싶다는 분들. 그럴 땐 두말할 필요 없이 이곳으로 가면 된다. 그러니깐 '패션의 도시' '예술의 도시' 이탈리아를 볼 수 있는 곳. 바로 로마의 '몬티(Monti)지구'다.

찾기도 쉽다. 로마 중앙역 테르미니(Termini)에서 지하철 B호선으로 한 정거장 뒤인 카보우르(Cavour)역에 하차하면 끝. 여기가 요즘 뜨고 있는 이탈리아 영건들의 '핫 플레이스'인 몬티지구다. 그래도 감이 안 오신다면 서울의 홍대나 파리의 마레지구를 떠올리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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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분위기는 딱 1분 만에 감지된다. 눈만 마주쳐도 'Buon Giorno!(본 조르노·좋은 아침!)'를 외치며 화사한 웃음꽃을 팡팡 날려주시는 현지민들 덕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곳, 최고로 꼽는 버킷리스트다. 우선 복고풍의 세컨드 핸드, 구제류를 취급하는 상점부터 가구, 인테리어 공방까지 모여 있다. 의외로 소중한 물건을 '로또' 맞듯 득템할 수 있다. 쇼핑에 지치면 눈에 띄는 펍에서 잠깐 쉬면 끝. 맥주와 와인,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펍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곳이 또 몬티다. 금요일 밤, 시간만 잘 잡으면 이탈리아 젊은이들의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의 머스트 시(must see) 포인트는 주말에 열리는 '메르카토 몬티(Mercato Monti)'다. 메르카토는 이탈리아 말로 '마켓(Market)'이란 의미. 글자 그대로 굳이 풀이한다면 '몬티지역 마켓'이라는 의미다.

역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간다. 카보우르 역 근처 한 지하 주차장을 개조해 간이 테이블을 세우고 공간을 꾸며서 만든 게 시작이다. 여전히 마켓 입구는 허름하다. 하지만 살짝 발을 들이면 '아' 감탄사가 절로 난다. 물건들도 장난이 아니다. 하나같이 '트렌드'의 첨단을 걷는다. 감각 있는 이탈리아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과 신발은 기본. 가방에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액세서리까지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개성과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아, 게다가 언제나 우리를 무장해제시키는 이 핸섬한 이탈리아노 아저씨들.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해주고, 즉석 코디까지 해주니 황홀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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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포르타 포르테제의 벼룩시장에서 중고 서적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쯤에서 로마 심화 투어.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나는 마켓을 찾는다면 '포르타 포르테제(Porta Portese)'로 향하시라. 로마 중심에 흐르는 테베레강 건너편, 트라스테베레(Trastevere)지구의 벼룩시장이다. 이탈리아 내에는 벼룩시장 숫자만 수십 개다. 하지만 포르타 포르테제는 단연 으뜸이다. 전체 길이만 무려 1㎞. 단연 로마의 벼룩시장을 대표하는 매머드 공간이다. 이곳에 오면 여행객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포르타 포르테제는 이탈리아의 축소판"이라고. 아주 오래된 고가구를 유심히 살피는 하얀 백발의 할아버지, 판매는 뒷전인 채 옆 상점의 아저씨와 맥주를 마시는 상인들, 1유로만 더 깎아달라며 '아줌마 파워'를 발휘하는 이탈리아의 엄마들.

무엇보다 이 벼룩시장의 묘미는 멋들어진 공예품과 골동품이다. 중세시대 로마인들이 사용했을 법한 앤티크 물건들이 널려 있다. 영국 왕실에서 썼다는 은으로 만든 티(tea) 도구들, 고급스러운 커피잔 세트, 프랑스 귀족 가문 촛대도 운 좋으면 특템할 수 있다.

물론 그 가치만큼 가격대가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는 가치를 생각한다면 구입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이때 요긴한 이탈리아어 한마디, 꼭 외워두시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봤다면 씩 웃어주면서 이렇게 말해주면 된다. "Sconto!(스콘토·할인)".

◆ 몬티지구

주소 : Via leonina 46/48, Rione Monti, Roma

가는 법 : 지하철 B호선 카보우르역 하차 후 나오면 몬티지구의 시작이다.

오픈 : 매주 토요일·일요일 오전 10시~밤 8시

관련 사이트 : www.mercatomonti.com

흥정 팁 : 대부분 물건은 정찰제지만 마켓인 만큼 흥정도 가능하다

◆ 포르타 포르테제

가는 법 : 테르미니역에서 H번 탑승 후 테레베강 건너 세 번째 정거장인

'트라스테베레'역 하차. 왼쪽에 북적이는 시장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오픈 :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오후 2시

흥정 팁 : 벼룩시장이다. 능력껏 좋은 품질의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득템하시라.

■ 가이드 박혜리는…

스스로를 '로마인'이라 칭하는 발칙한 가이드. 호텔리어를 때려치고 로마에 꽂혀 혈혈단신 이탈리아로 날아간 억척. 벼룩시장에선 누구보다 먼저 '스콘토(할인)'를 외치는 알뜰녀이기도 하다.

[글 = 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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