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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다양성 찾아 나선 칸의 여정…종착지는 다시 프랑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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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영예는 프랑스에·2등상부터는 지역별 안배

무관의 한국영화…'한국영화의 힘' 키우기 숙제로

연합뉴스

(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올해 선택한 것은 결국 자국 영화였다.

24일(이하 현지시간) 12일간의 여정을 마친 제68회 칸 국제영화제는 사람과 사회를 향한 전 세계 영화인들의 다양한 시선을 담은 영화들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헝가리에, 감독상은 대만에, 심사위원은 그리스에 고루 건넸지만,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3개 상을 프랑스 영화에 몰아줌으로써 프랑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국 영화는 공식 경쟁 부문 진출이 3년 연속 무산된데다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2편을 진출시키고도 수상하지 못해 꾸준하고 다양하게 영화를 만들 인재 풀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 프랑스 '완승'…할리우드서 유럽·아시아로 중심 이동

지난 13일 막을 올린 제68회 칸 국제영화제는 24일 저녁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프랑스의 대표적 감독인 자크 오디아르의 '디판'에 황금종려상을 안기고 막을 내렸다.

올해 칸 영화제는 사람의 마음을 살찌운다는 영화예술의 본질로 돌아가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풀어나가는 열쇠는 '다양성'이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여성의 삶과 가족관계, 인간애를 성찰하는 영화가 대거 초청됐고 그동안 할리우드를 향한 구애가 과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미국 영화가 줄고 유럽 영화가 다수 포함됐다.

그러면서 개·폐막작을 프랑스 영화로 삼고 프랑스 감독을 대거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려 자국 영화에 대한 애정표현에 거침없다는 시선을 굳이 피하지도 않았다.

중국(자장커), 대만(허우샤오셴), 일본(고레다 히로카즈) 등 아시아의 쟁쟁한 감독들도 초청했다. 결과적으로 미주, 유럽, 아시아 등 대륙별 안배가 골고루 이뤄졌다.

코언 형제가 이끄는 심사위원단의 최종 선택도 영화제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황금종려상을 프랑스 영화에 안기는 한편 여우주연상(에마뉘엘 베르코)과 남우주연상(뱅상 랑동)도 프랑스에 몰아줬다. 경쟁 진출작 19편 중 5편이 프랑스 감독의 영화였고 그 중 3편이 수상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디판'의 황금종려상은 '깜짝 수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집계한 각국 언론·평론가 평점에서 '디판'은 19개 영화 중 6번째인 2.5점을 받았다. '캐롤'과 '섭은낭'이 3.5점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사울의 아들'(2.8점)이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 영화제 기간 각국 영화인들로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은 '랍스터', '내 어머니' 정도였다.

심사위원장 코언 형제 중 형인 조엘은 수상작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영화평론가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이 아니라 이 작업을 바라보는 아티스트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를 겪은 프랑스에서 이민자 문제를 다룬 영화가 상을 받은 것이 시의성 있는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부터 수개월 후 긴장으로 가득찬 프랑스에 섞여들어가려는 유색인종의 노력에 관한 영화에 최고 상을 주는 결정은 여러모로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멕시코 출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캐나다 출신 자비에 돌란, 프랑스 배우 소피 마르소, 스페인 배우 로시 드 팔마, 미국 배우 시에나 밀러, 싱어송라이터 로키에 트라오레가 참여했다.

반면 2등상 그랑프리 이하에서는 심사위원대상은 헝가리('사울의 아들')에, 감독상은 대만('섭은낭')에, 심사위원상은 그리스('더 랍스터')에, 각본상은 멕시코('크로닉')에 고루 돌렸다.

할리우드는 올해 칸에서 눈에 띄게 배제됐다. 토드 헤인스 감독의 '캐롤'은 평단의 호평에도 여우주연상(루니 마라)을 프랑스와 나눠 갖는 데 그쳤다. 당초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캐롤'에서 공연한 마라와 케이트 블란쳇이 함께 꼽혔지만, 마라는 결국 올해 영화제 개막작을 연출한 감독이자 '몽 루아'의 주연 배우인 베르코와 영예를 나눠 갖게 됐다.

감독 국적을 떠나서 영화 내용으로는 다양성이 강조됐다.

'디판'은 스리랑카 출신 프랑스 이민자의 문제를, '사울의 아들'은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룬 영화며 '섭은낭'은 당(唐)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술 사극이다.

이들 영화 모두 결국에는 가족과 사랑의 이야기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시 이번 영화제의 특성과 통한다.

공식 경쟁 부문 외에 두 번째 주요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의 대상을 받은 아이슬란드 그리무르 하코나르손 감독의 '램스'도 역경을 헤쳐나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그리면서 형제애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디판'의 오디아르 감독은 앞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촬영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 이야기는 항상 러브스토리였다"며 "프랑스 영화와 프랑스 배우들을 사랑하지만, 자화상적인 모습만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 '무관' 한국 영화, 다양한 인재 양성 숙제로 남아

칸 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제인 만큼 공식 경쟁 부문 진출 여부는 얼마나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느냐를 가늠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영화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가 가진 '국적의 힘'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마지막으로 3년 연속 경쟁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일차적으로는 쟁쟁한 감독들의 신작 완성 시기와 영화제 출품 기간이 맞아떨어지지 못한 결과지만, 세 차례 연속 불발된 것은 국내 영화계의 인재 풀이 작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화인들의 가능성을 점쳐볼 만한 단편 부문 경쟁과 학생 경쟁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도 초청되지 못했으며 '주목할 만한 시선'에 2편이 진출했으나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산다.

올해 영화제에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무뢰한'(오승욱), '마돈나'(신수원), 비평가 주간의 '차이나타운'(한준희), 미드나잇 상영 부문의 '오피스'(홍원찬)가 초청됐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선'은 공식 장편 경쟁 부문에 이어 두 번째 주요 부문으로 꼽히며 영화적으로 새로운 경향을 소개해 눈여겨 볼만한 작품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무뢰한'은 '칸의 여왕' 전도연을 네 번째로 칸으로 초대한 영화지만 현지 반응은 미지근했고, 칸 영화제 카날플뤼스상 수상자 출신 감독의 '마돈나'도 같은 부문 다른 경쟁작들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영화제 지원금 삭감 논란을 둘러싸고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이 칸에서도 불거진 일 역시 한국영화계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뼈 아픈 부분이다.

영진위와 부산영화제는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대표해 열리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를 함께 열어 왔으나 이번에 7년 만에 처음으로 행사를 따로 열어 깊어진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물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청작 네편은 적지 않은 수이고, 대부분 예산이 보통의 상업영화보다 작거나 전작의 흥행 실패로 십여 년간 신작을 내지 못하는 등 척박한 환경을 딛고 완성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필름마켓에서는 국내 영화 수입사들의 예술영화 수입 경쟁이 과열된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영화계에서도 큰손인 중국에서 온 마켓 참가사 수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국 참가사 수는 작년보다 15% 증가했다.

올해 영화제 공식 부문 진출작을 포함해 초청작 상당수가 개막 전에 이미 국내 수입이 결정됐으며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수입이 결정된 영화들도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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