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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그리스 "다음달 IMF 채무 못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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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지원 채권단이 타협해야"…'배째라' 강경 발언 잇달아]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이 구제금융 지원에 나서지 않는 한 국제통화기금(IMF)에 다음달 상환해야 할 빚을 갚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니코스 바우치스 내무장관은 이날 현지 TV 방송인 메가와의 회견에서 6월에 연금과 공무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IMF 채무 16억유로도 갚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며 "그럴 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과 IMF가 그리스에 지난해 동결된 구제금융 지급분 72억유로를 내주기 위한 협상을 하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측근 가운데 하나인 바우치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리스 정부의 '벼랑 끝 전술'을 대변한다. 치프라스 총리도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에게 보낸 서한에서 역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이달 IMF에 상환해야 하는 7억5000만유로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리스는 결국 이 빚을 상환했지만 사실상 IMF에서 돈을 빌려 갚은 셈이 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이틀 일정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중앙위원회 소집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도 국제 채권단이 타협해 자금 지원 협상을 둘러싼 교착상태를 타개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는 "우리는 상호이익을 볼 수 있는 해결책을 얻기 위한 타협 의지를 보여줬다"며 "우리 파트너(채권단)에게도 똑같은 존중과 양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정부의 이같은 '경고'가 채무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전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프라스 총리의 강경 발언이 그가 이끄는 시리자 내부의 비판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도 있다. 시리자 내부 급진세력들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반긴축 공약을 저버리느니 디폴트를 선언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FT는 그리스 정부의 자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리스 고위인사들은 정부가 실제로 IMF의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외부 자금 없이는 다음달 IMF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6월5-19일 사이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각각 3억유로 이상을 IMF에 상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사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두 정상은 최근 치프라스 총리에게 이달 말까지 채권단이 요구하는 경제정책 전환을 수용하고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독촉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그리스의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디폴트가 촉발할 수 있는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이탈(그렉시트)이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전날 네덜란드 경제지 '헤트 피난시엘레 다흐블라트'와 회견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시간문제이지만 유로존의 붕괴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독일 매체 '유로 암 존탁'에 그렉시트가 오히려 유로화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 함께 한 회견에서 2012년 말처럼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는 그 같은 발언을 하기 전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WSJ는 쇼이블레 장관이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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