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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로봇이 야구기사를 쓴다…그런데 아주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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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민지 인턴기자,이은주 디자이너 = 지난 16일에 열린 프로야구 경기 기사다. 경기 상황을 잘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기자 이름이 안 나와 있다. 실수일까? 며칠 전 경기에 대한 기사를 하나 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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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2/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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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기사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팀이 개발한 뉴스 작성 알고리즘 '프로야구 뉴스로봇'이 쓴 것이다. ''안방에서 승리를 내주었다''일등공신이 됐다 '같은 사람 기자같은 표현들이 자연스럽다. 이 기사는 이교수팀의 페이스북에서만 볼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LA타임스 같은 주류 언론에서도 로봇이 쓴 기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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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LA타임스의 지진 보도 알고리즘 '퀘이크봇'이 작성했다. 퀘이크봇은 매일 쉬지 않고 캘리포니아주 지역의 크고 작은 지진 소식을 이렇게 기사로 알리고 있다.

바야흐로 '로봇기자'들의 시대다. 사람 없이 기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로봇, 즉 컴퓨터 기술은 뉴스 요약, 자료 분석, 기사에 맞는 도표 제시 등과 같은 보조적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로봇이 스포츠, 재난, 금융 등의 분야에서 기자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며 '로봇저널리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로봇저널리즘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AP통신은 애플의 실적 발표 기사 'Apple tops Street 1Q forecasts'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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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기사 캡처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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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작년부터 기업 실적 발표 기사를 전부 알고리즘으로 작성하고 있으며 그 양은 매달 1000 건에 달한다. AP통신이 이용하는 알고리즘은 로봇 저널리즘 전문 벤처기업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에서 만든 '워드스미스'이다. 야후도 스포츠 분야에서 '워드스미스'를 통해 경기 내용 요약, 선수 분석, 구단 분석 등의 자료를 내놓고 있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의 알고리즘은 2013년에만 총 3억 개의 기사(1분에 570개꼴)를 만들어 냈다.

로봇은 기사 작성 뿐 아니라 편집도 한다. 영국의 가디언은 2013년부터 주간신문 '길지만 좋은 읽을거리(The Long Good Read)'의 제작에 알고리즘을 활용 중이다. 댓글·SNS 공유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좋은 기사들을 골라내 24쪽 타블로이드 판형 신문으로 만들어 내는데 이때 기사를 선별하고 지면에 배치하는 작업을 모두 알고리즘이 담당한다. '로봇 편집장'인 셈이다.

한국의 로봇저널리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2012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서울대 이준환 교수는 로봇저널리즘 알고리즘을 한국 프로야구 데이터에 적용해 스포츠 기사를 자동으로 발생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발생된 기사는 페이스북 '프로야구 뉴스로봇' 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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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뉴스로봇'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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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로봇이 작성하는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실제로 로봇이 자판을 두들겨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기사가 작성되는 방식이다. 이 교수가 설명하는 '로봇 저널리즘 프레임워크'를 통해 작성 원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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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저널리즘이 발전함에 따라 로봇이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만도 하다. 실제로 로봇 기사의 적용 범위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AP통신 측은 최근 "앞으로 선거 출구 조사 보도나 날씨 기사 등 데이터가 많은 취재 영역으로 알고리즘 적용 분야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로봇저널리즘을 통해 취재 분야가 확대되고 '로봇 기자'와 '인간 기자'가 협업함으로써 저널리즘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의 CEO 로비 앨런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기사를 만들어낼 뿐"이라고 말하며 로봇저널리즘을 통해 세부적이고 사소한 분야까지 취재 대상이 확대되어 독자들의 기사 선택 옵션이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기사의 속보성이 강조되거나 기사 작성에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경우, 다량의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경우는 로봇에게 맡기고 그 사이 기자들은 좀 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기사 제작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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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통해 독자 개개인의 취향 및 상황에 맞춘 '개인 맞춤형 뉴스'도 가능해 질 전망이다. 앞서 본 프로야구 기사를 예로 들면, 같은 경기일지라도 롯데 팬에게는 "10:1 시원한 승리"라는 기사를, kt 팬에게는 "아쉬운 패배…힘내라 kt!"라는 기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준환 교수는 "로봇 저널리즘을 주식 관련 기사에 적용한다면 단순히 전체 시장 동향 뿐 아니라 개인의 포트폴리오에 맞는 기사를 작성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앞으로 주식, 재난 분야로도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사 바이라인에 적힌 로봇의 이름이 어색해지지 않는 세상. 로봇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갈 미래 저널리즘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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