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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버린 줄 알고 들고 간 빈화분..절도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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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절도 혐의 적용 후 정상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

헌재, 절도의 고의성 여부 수사 미진 이유로 처분 취소 판결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헌법재판소가 검찰이 부실한 수사결과를 토대로 절도죄로 판단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동네 부녀회에서 만난 안모씨와 김모씨는 부녀회에서 만나 6년째 헌옷을 모아 내다 파는 일을 했다.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학생과 혼자 사는 노인을 도왔다. 작년 8월 5일, 그날도 두 사람은 헌옷 수거함을 돌며 헌옷을 모았다. A아파트에 도착해보니, 헌옷 수거함 옆에 화분 15개가 놓여 있었다. 화초가 있는 것도 있었으나, 2~3개는 빈 화분이었다.

평소에도 동네 사람들은 헌옷 수거함 옆에 필요없는 물건을 내다 버렸다. 누구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이었지만 내다 팔면 돈이 됐다. 판매대금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두 사람이 헌옷 수거일을 하는 동안 심심찮게 있던 일이었다. 두 사람은 그 화분도 버려진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화15개 중 7개를 트럭에 실어 가져갔다.

그러나 화분 주인이 나타났다. 화분 주인은 비를 맞히려고 밖에 내놓은 화분이 사라졌다고 분실 신고를 했다. 경찰은 화분을 찾아내 압수하고 두 사람을 입건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우발적인 행동이고, 화분 주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해 기소를 유예했다. 범죄 사실은 인정되지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므로 기소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졸지에 절도범이 된 두 사람은 헌법재판소를 찾아갔다. 화분은 버려진 것으로 보여서 가져간 것이고, 내다 판 돈으로 소외계층을 도우려고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헌재는 두 사람의 청구를 받아들여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헌재는 “두 사람이 과거에 헌옷 수거함 앞에 있는 다른 물건을 수거한 적이 있는지는 절도의 고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정”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헌재는 “검사는 주민을 상대로 동네 주민이 부녀회에 기증하려고 헌옷 수거함에 옆에 필요없는 물건을 가져다 놓은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재는 “피해자는 비를 맞히려고 화분을 내놨다고 했다가 이후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화분을 정리하려고 내놓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피해자 측이 이사하려고 화분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추가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검사는 별다른 추가 조사 없이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수사미진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두 사람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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