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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李·洪 공소사실 공개 놓고 검찰-변호인 막판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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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 공소장에 구체적 범죄사실 미기재시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조만간 불구속 기소될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및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과 검찰 간 주요 공소사실 공개 여부를 둘러싼 막판 신경전이 치열하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공소장에 금품수수 시기·장소 등을 특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달 8일과 14일 홍 지사, 이 전 총리를 각각 소환조사하면서 해당 범죄사실을 일절 캐묻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두 피의자에게 그럴듯한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만들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공판 전략의 하나다.

수사팀 내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공소장에 해당 범죄사실을 기재하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든 '패'를 상대방이 모르는 가운데 재판이 시작되면 한결 수월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공판을 이끌 수 있다는 논리다.

검찰은 다만 공소사실 미공개 시점을 언제까지 가져갈 것인지를 놓고 막바지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피의자 측은 검찰의 이러한 전략적 수사 기법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2일 변호인을 통해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금품수수 일시·방법·장소 등을 전혀 제시받은 바 없어 어떤 근거로 기소 결정이 이뤄졌는지 매우 답답하다"며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이 전 총리 측은 검찰이 끝내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기재하지 않을 경우 법원 재판부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별도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홍 지사 측도 비슷한 방식으로 검찰의 이례적인 수사 기법을 지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측 김종필 변호사는 이날 "검찰이 의도적으로 피의자의 주요 공소사실을 숨기는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우리는 적어도 첫 공판부터 주요 범죄사실을 놓고 검찰과 다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인사의 공소 시점과 관련해 검찰은 일단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주 중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리스트 6인의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기소가 이뤄지면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 등 그동안의 수사기록이 가감 없이 공개돼 향후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검찰이 리스트 6인의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두 사람을 기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별도 기소냐, 일괄 기소냐 말들이 많은데 이는 우리가 고려하는 포인트가 전혀 아니다"며 "결국은 리스트 6인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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