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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취재X파일] 알고 당하는 김무성의 ‘물세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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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5월에만 두번째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물세례를 받은 횟수입니다. 5ㆍ18 광주에서 물세례를 받더니, 이번엔 봉하마을입니다. 물세례까진 예상할 수 없었더라도 두 행사 모두 환영받지 못하리란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알고도 당한 ‘물세례’였죠. 5ㆍ18의 물세례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봉하를 향한, 그리고 또다시 물세례를 받은 김 대표의 속뜻은 무엇일까요.

지난 23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였습니다. 봉하마을은 올해에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매년 추모일은 야당의 주요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고, 야당의 현실과 미래를 재조명하고 논하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이번 6주기는 예년과 좀 다른 양상입니다. 하루가 지났지만 계속 언론에 오르내리는 건 김무성 대표와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입니다. 최근 논란이 거센 소위 친노ㆍ비노 갈등보다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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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 씨가 유족대표로 발언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김 대표를 향해 “특별히 감사드릴 손님”이라 밝히더니 “전직 대통령이 NLL(서해 북방 한계선)을 포기했다면서 피를 토하듯 대화록을 읽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국가 기밀을 읊어대고는 아무 말도 없이 불쑥 나타났다. 진정한 대인배의 풍모”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또다시 물세례는 등장했습니다. ”왜 왔어, 나가라”는 고함과 함께입니다. 김 대표가 물세례를 받는 모습은 언론을 타고 대서특필됐습니다. 지난 5ㆍ18 광주 행사를 다시 보는 듯합니다.

5ㆍ18에도 김 대표는 물세례를 받았습니다. 여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5ㆍ18 전야제에 참석했으나 물세례를 받고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이후 5ㆍ18 유족 대표들이 사과하자 “물세례가 시원했다”고 답하기도 했죠.

두차례의 물세례가 김 대표에겐 득(得)이 됐을까요, 실(失)이 됐을까요. 날계란을 맞거나 물세례를 받는 건 정치인으로서 치욕스러운 경험일 것입니다. 가장 단순하게 본다면, 김 대표에 대한 반감을 알릴 수 있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건 분명한 ‘실’이겠지요.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김 대표가 물세례를 맞고서도 또다시 봉하마을 방문을 강행했다는 점입니다. 당 대표가 연이어 물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보수진영에선 동정론까지 이는 모양새입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광주에서 봉하로 이어진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보수진영에서 반감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물세례는 반감을 동정론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광주를 방문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도 참석하는 등 연일 탈(脫) 보수진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소한 외형적으론, 갖은 수모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려 한다는 이미지는 얻게 된 듯 보입니다.

대권주자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김 대표 스스로는 “70살 넘어서까지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제 스스로 대권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의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니까요.

이렇게 살펴보면 김 대표의 ‘물세례 정치’는 그리 손해 보는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김 대표 스스로 표현했듯 “시원하게” 물세례를 받고서 김 대표의 행보는 더욱더 주목받게 됐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럼 김 대표에게 물세례로 항의하는 전략은 과연 득이 됐을까요, 실이 됐을까요? 한 수, 그다음 수까지 고민해야 하는 정치는, 참 어렵기만 합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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