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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융사기 꼼짝 마라" 은행원들 발빠른 대처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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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 지난 7일 국민은행 서울 삼성동 지점에 싱가폴 국적의 외국인 남성이 계좌개설을 위해 나타났다. 창구 직원은 외국인임에도 준비해 온 서류가 지나치게 완벽하고 변호사 등 대리인을 고용하지 않고 직접 은행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고객관계관리(CRM) 등록 중 모니터에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구제 신청계좌'라는 메시시를 확인한 직원은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는 것을 직감하고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이어 신규계좌를 개설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핑계로 외국인 남성을 30여분간 붙잡아 둔 채 계좌의 사고내역 조회 등을 통해 4개 지점과 콜센터에서 사기 등 범죄계좌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 사이버수사대에 긴급 신고했다. 결국 대포 통장을 개설하려던 이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현장에서 붙잡혔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이에 맞선 시중은행들의 경계 태세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정책·제도적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기 행태에 사실상 속수무책인 게 현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중은행 영업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피해를 막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은행 서울 노량진 중앙지점을 찾은 20대 여성도 하마터면 보이스피싱의 희생양이 될 뻔 했다.

이날 3000만원 상당의 적금을 해약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방문한 이 여성의 안색은 창백했다. 창구 직원은 불안한 기운이 역력한 그녀에게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언급하며 몇 가지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들자 급히 자리를 떴다. 직원은 이에 즉시 계좌 출금정지를 본부부서에 요청했고 이후 고객이 인근 노들역 지점에 재차 들르자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안내하며 고객을 만류, 금융사기를 예방했다.

국민은행만이 아니다. 최근 NH농협은행 역시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모니터링팀이 온라인으로 시도된 금융사기를 확인, 고객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
지난 13일 오후 5시께 FDS 모니터링팀은 블랙리스트로 등재된 인터넷 IP에서 인터넷뱅킹에 접속하려는 시도를 확인, 접속을 차단했다. 모니터링팀은 이어 고객 ID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 계좌 거래를 즉각 정지하고 고객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보안매체 재발급 등의 조치를 안내했다.

농협은행은 또 해당 IP의 인터넷뱅킹 로그인 기록을 모두 역추적한 결과, 총 39개 계좌에 대한 전자금융사기 가능성이 엿보여 접속할 수 없도록 예방 조치했다. 이를 통해 총 8578만원의 고객 자산 인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최근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계좌 개설이 허용되는 등 은행 이용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같은 전자금융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금융사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보이스 피싱 고객 피해사례를 전국 각 지점에 전파하고 창구 직원들의 긴급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과 지역본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교육에서 금융사기 피해 관련 다양한 사례를 교육 중"이라며 "본부와 영업점간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해 고객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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