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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실종아동의 날> ①장기실종 751명…슬픔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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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기간 30년 이상 아동 246명…부모 건강 잃고 재산 탕진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박정문 씨가 실종된 아들 박진영 씨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 편집자주 =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입니다.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의 6세 아동(Etan Patz)이 유괴 후 살해된 날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또 31일은 우리나라에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됩니다. 법 제정 이후 '지문 사전 등록제도'와 '코드아담' 등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자녀를 잃어버리고 고통을 겪는 가정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실종아동의 실태를 재조명하고 실종아동 예방책을 점검하는 기획물 3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은경 기자 = "밤에 눈만 감으면 우리 아이가 문 열고 '엄마'하고 들어올 것만 같아요."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끝이 없다. 장기실종 아동의 경우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22일 현재 장기실종 아동은 751명. 경찰은 실종 신고 후 아이가 48시간이 지나도 발견이 안 되면 장기실종 아동으로 분류한다.

장기실종 아동의 실종기간을 보면 1년 미만은 246명에 그치고 대부분이 1년 이상 찾지 못한 경우다.

1년 이상∼10년 미만이 71명, 10년 이상∼20년 미만은 91명, 20년 이상∼30년 미만 97명, 30년 이상∼40년 미만은 156명이다. 심지어 실종된 지 40년 이상 된 아동도 90명에 달한다.

실종사건이 장기화하면 남은 가족의 삶은 여러 면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은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진다. 한이 쌓이다 보니 적지 않은 부모들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질병을 안고 산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으로 몸이 망가지기도 한다.

생계를 제쳐놓고 사비를 털어 아이 찾기에 나서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에도 봉착한다. 급기야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한다.

장기실종 아동 부모들의 43%가 아동 실종 후 실직·이직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09년의 한 연구에서는 장기실종 아동 1명이 발생할 경우 약 5억7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1999년 2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사라진 송혜희(당시 17세)양의 사례가 그러하다.

부친 송길용(63)씨는 딸의 실종 후 전단을 셀 수도 없이 돌렸고, 전국에 있는 시설이라는 시설은 다 찾아가봤다.

3년 전부터 트럭에 딸의 사진을 붙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송씨와 함께 전국을 떠돌던 부인은 우울증에 걸려 2년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딸을 찾는 외로운 여정은 이제 송씨 홀로 이어가고 있다.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낳기도 한다.

서맹임(61)씨는 1988년 9월 1일 서울 망원동 버스정류장에서 남편이 잃어버린 당시 5살짜리 딸 김은신 양을 27년째 찾고 있다.

술을 좋아하던 남편은 딸을 버스정류장에 두고 술을 마시다가 잃어버렸다. 남편은 딸 아이도 찾지도 못하고 그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서씨는 농사를 짓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딸과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간다. 서씨는 "부모 마음은 다 같다. 죽으면 가슴에라도 묻지만 살아있으려니 생각하니 매일 생각나고 보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잃어버린 자식 찾기를 포기할 수 없다.

김홍문(80)씨도 아들 태희(실종 당시 14세) 군을 27년째 찾고 있다.

김씨 부부는 1988년 4월 23일 외출했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후 팔순의 나이에도 한결같이 길거리에서 전단을 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다.

김씨는 "그동안 열심히 찾았지만 이제 나이가 많아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며 "아내는 치매까지 왔는데 죽기 전에 꼭 태희를 꼭 찾았으면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기실종 아동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남은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대목이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은 재산을 탕진할 때까지 찾는 일에 몰두하고서는 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여건이 나빠져 부모가 이혼하거나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해 몸이 많이 아픈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빨리 찾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와 생활비 등의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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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서 경희순씨가 실종된 딸 정경진 씨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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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실종아동의 날을 닷새 앞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실종아동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희망메세지가 적인 대형 현수막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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