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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5·24 조치 5년] ①선명해진 한계…정부, 출구 '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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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러와 교역 확대로 '금수조치' 해법 찾아…일부 성과 불구, 남북관계 장애물로 전락

북측 성의 없는 '전면적 해제' 결단은 어려워…'단계적 해제' 움직임 가시화

뉴스1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한 관광객이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다. © News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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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나온 2010년 5·24 조치의 핵심적 목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었다.

당시 5·24 조치는 대북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 중단을 포함한 사실상의 남북교역의 전면적 중단 조치였다. 이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출입, 대북 인도적 지원 뿐이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당시 이미 중단된 상태였으며 인도적 지원도 5·24 조치 이후 북한이 거부하기 시작하며 사실상 남북교역의 남은 창구는 개성공단이 유일한 상태가 2010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강력한 대북 금수조치였던 5·24 조치의 여파는 비단 북한 뿐 아니라 우리 측에게도 머지않아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같은 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이 사건이 5·24 조치가 우리 측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변곡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 같은 평가를 반영하듯 이듬해인 2011년 정부는 경제협력에 있어 '선불지급 잔여물자 및 기계약 임가공품 반입 허용'이나 사회문화 교류에 있어 '비정치·종교·문화 선별적 방북 허용' 등의 5·24 유연화 조치를 일부 시행한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3차 핵실험 등으로 5·24 유연화 조치는 실효적 성과 없이 무력화되고 만다.

북한은 결국 눈을 해외로 돌린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후 이어진 중국과의 정치적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높인다.

지난해 북중 간 교역액은 약 70억달러 규모로 북한 전체 무역의 90%에 달하며 5·24 조치가 내려진 2010년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상태다. 이에 탄력을 받은 북한은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의 폭도 넓히기 시작했다.

남북경협의 결여로 인한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차원에서 출발한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 측의 경제적 필요성과도 맞물리기 시작하면서 최근엔 남북경협의 대체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각에선 5·24 조치가 5년째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그 목표를 상실한 채 정치적인 판단만 남았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5·24 조치는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지도, 북한을 아프게 하지도 못한 것이 돼버렸다"며 "남북경협 기업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정치적 고집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물론 5·24 조치가 전혀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북한의 국경이 이전보다 더 열리는 효과를 가져오며 북한 경제의 대외 개방을 촉진시킨 측면이 있다.

또 5·24 조치 초기에는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 물품과 외화 반입의 제한으로 북한의 경제 정책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분명하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5·24 조치가 북한의 통치자금 조달에 타격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남한에서 유입되던 '경화(硬貨) 빨대'가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5·24 조치가 5년을 넘기는 동안 남북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접점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면서, 결국 남북관계 개선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조금씩 우세해지는 상황이다.

박근혜정부의 '드레스덴 구상'이나 통일준비위원회의 본격적 활동 역시 5·24 조치에 대한 남북 간 앙금으로 인해 아직 제대로 진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5·24 조치의 원인인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 혹은 '책임있는 조치'가 조금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5·24 조치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5·24 조치의 전면 해제는 현실적으로, 그리고 전략 및 전술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며 "또다시 북한의 '도발-대화-보상-도발'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할 뿐 실질적 남북관계 진전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24 조치 이후에도 북한의 크고 작은 무력도발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명확한 합의나 제재 조치가 뾰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5·24 조치의 섣부른 해제가 자칫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근혜정부도 이 같은 인식 속에서 사실상 '단계적 해제'로, 5·24 조치 문제의 가닥을 잡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남·북·러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우리 기업 참여 허용과 최근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지원 허용 등이 이러한 '단계적 해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들이다.

정부는 또 지난 1일에는 민간 차원의 교류와 인도적 지원의 확대와 당국 차원의 문화, 역사, 스포츠 분야의 공동사업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민간교류 추진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수차례 북한에 "대화 테이블에서 5·24 조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5·24 조치 문제가 남북 간 분명한 대화 의제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등 5·24 조치 문제의 논의 자체를 거부하며 우리 측의 일방적 해제 선언만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단계적 해제에도 불구하고 5·24 조치의 관건인 대북 신규투자 및 개성공단 외 교역의 중단 문제까지 풀어나갈 방법이 아직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여전한 고민점이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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