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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열흘새 서울 곳곳서 '마약 사고'…젊은층에 스민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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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마약사범 4년간 3배↑…유학생이 직접 들여오거나 SNS·해외결제·배송 발달로 접촉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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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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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지난 4일 오전 1시쯤. 술에 취한 듯한 한 40대 남성이 서울 압구정파출소를 찾았다. 횡설수설하던 남성은 "마약을 했으니 구속해 달라"고 했다. 이후 마약에서 깬 남성은 말을 바꿔 "구속되면 안된다"며 치료를 통해 마약을 끊겠다고 했지만 경찰조사 결과 실제로 필로폰을 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인 지난 12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30대 남성이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목숨을 끊겠다"고 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간 경찰은 몸싸움 끝에 남성을 붙잡아 조사한 뒤 구속했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30대 남성이 서울 강남구 한 편의점에 실수로 놓고간 가방에서 필로폰이 발견돼 붙잡혔다. 편의점 직원에게 "주인을 찾아달라"며 가방을 넘겨 받은 경찰은 가방을 살피던 중 은박지에 쌓인 수상한 물체를 조사한 결과 0.27g 상당의 필로폰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모르는척 가방 주인에게 "가방을 찾아가라"고 연락했고 결국 가방을 찾으러 자기 발로 경찰서에 온 남성은 붙잡혔다.

불과 열흘 사이 서울 시내에서만 마약사범 3명이 잇따라 붙잡혔다. 우리 사회가 마약에 무감각해지고 관련 범죄자들이 크게 늘어난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수치 상으론 마약범죄자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건 아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06년·2007년·2008년 각각 4985명·7134명·67798명이었던 마약사범은 2012년·2013년·2014년 각각 5105명·5459명·5699명으로, 해마다 변동이 있긴 하지만 최근 크게 증가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정근 경찰청 마약계장은 "경찰의 검거자 수는 한 해 마약사범 검거자 수의 50~60% 정도"라며 "크게 변동이 있는 해가 가끔 있긴 하지만 검찰까지 합한 검거자 수는 매년 1만명 수준으로 최근 들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청소년 마약사범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 검거 기준 10대 마약사범은 2010년 26명에서 2013년에는 43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75명으로 2010년 대비 3배 정도 증가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마약 성분을 물에 녹여 깻잎·쑥 등 식물에 뿌린 뒤 말려 흡입하는 신종 마약인 '허브'에 중독된 인천에 사는 중학생 A(16)군이 학교도 결석하고 서울로 마약을 사러 갔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A군에게 마약을 판 조모(43)씨 조사 결과 조씨로부터 허브를 산 구매자 중에는 A군 이외에 중·고등학생 7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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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천에서는 지난해 9~10월 SNS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한 뒤 이를 나눠 핀 고등학생 23명이 적발됐고 같은해 12월 서울 용산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LSD를 복용한 홍모(19)군이 경찰에게 "죽여 달라"고 말을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다 붙잡히기도 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이처럼 '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한 배경으로 유학 등 이유로 해외를 오가는 청소년들이 늘었다는 점과 인터넷과 배송 시스템이 발달한 점 등을 꼽았다.

오랫동안 마약수사를 전담해 온 한 검찰 관계자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해외 유학 중인 친구들이 방학 중 국내에 들어와 친구들에게 마약을 퍼트리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지난해 방한 중인 유학생이 가져온 마약을 서울 시내 한 외고 안에서 친구들과 나눠피운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유학생이 직접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해외 인터넷 사이트 거래시 페이팔 등을 통해 결제하면 추적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그렇게 해서 국제특송 우편이나 수화물로 국내에 들어올 때 세관이나 공항에서 적발되는 것보다 적발이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윤정근 계장도 "허브 등은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가 있고 해외 판매 사이트도 많기 때문에 그 쪽 문물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나 유학생 등이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는 거대 조직에 의해 범죄가 일어나는 게 아니고 실제로 만나지 않고 퀵이나 택배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허브 등 비교적 싼 신종마약의 등장과 SNS 등을 통해 유통 경로가 다양화 됐다는 점도 청소년들을 '마약의 늪'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윤 계장은 "필로폰은 1회 투약분인 0.03g이 1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데 필로폰에 비해 허브는 싼 편"이라며 "2000년대 초반에는 주로 클럽 등을 통해 마약이 유통됐지만 지금은 즐톡, 위챗 등 SNS를 통해 '점조직' 형태로 홍보·유통하기 때문에 접촉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필로폰을 투약한 청소년의 뇌가 성인보다 최대 7배 더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신체적 해악뿐만 아니라 '마약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한 번 손을 대면 쉽게 끊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기에 마약을 투약하기 시작하면 성인보다 훨씬 긴 시간을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관계자는 "단순히 마약을 사서 되팔거나 하지 않고 투약한 초범들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지만 마약을 투약해 다시 법정에 서게 되는 재범들은 대부분 가중처벌 받게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마약을 끊지 못해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잡혀와 실형을 받는다"며 "청소년들은 소년원에 보내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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