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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교원의 ‘주먹질’, 태극마크의 품격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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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3일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인천전에서 한교원(25·전북)이 퇴장했다. 2011년 프로 데뷔 이래 첫 레드카드다. 퇴장 한 번 안 받고 프로 생활을 마감한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레드카드에도 ‘정도’가 있다.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주먹질을 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있어선 안 될 보복행위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 전에도 누군가는 난폭한 행위를 했다. 그러나 처음이든 아니든 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축구선수의 동업자 정신을 잃게 만들고, 꿈과 희망을 줘야 할 K리그 판을 뒤흔드는 몰지각한 행위라는 건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의 잘못된 행동은 스스로 태극마크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한교원은 국가대표다. 지난해 9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그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줄곧 ‘기회’를 얻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치달(치고 달리기)’이라는 별명 속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눈도장을 찍었다. 슈틸리케호에 빠짐없이 승선해 A매치 10경기(1골)를 뛰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남태희(레퀴야), 이재성(전북)과는 색다른 공격 옵션으로 높이 평가를 받았다.

매일경제

한교원의 잘못된 행동은 혼이 나야 마땅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슈틸리케 감독이 한교원을 주목한 건 기본적으로 실력이다. 지난해 전북 이적 후 11골 3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빠른 스피드로 돌파도 잘 하면서 골도 잘 넣는 윙어로 성장했다.

그리고 인품도 높이 샀을 터. 슈틸리케 감독은 국가대표 선발 시 단체 생활, 훈련 자세 등을 고르게 살펴 판단하고 있다. 즉, 한교원은 슈틸리케 감독의 ‘시험’을 통과한 인재다. 실력이든 실력 외적이든.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태극마크의 품격을 논한 적이 있다.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게 국가대표팀이라고 강조했다. 특별하고 영광스러운 자리가 절대 문턱이 낮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 빗대면, 한교원은 그의 기준에서 선택받은 자였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 하나로 태극마크의 품격을 깎아내렸다.

가장 좋은 컨디션과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들이 모이는 게 국가대표팀이다. 그건 기본이다. 나아가 국가대표로서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조심해야 한다.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고 부러워하는 공인으로서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달부터 시작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두고 불거진 ‘사태’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새로운 멤버들을 구성하는 작업에서 벌어진 터라, 한교원으로선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왔다. 현재 국가대표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젊은 시절 치기어린 행동으로 고개를 숙였다. 단, 깊이 반성하고 이를 계기로 성숙하고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이다.

피할 수는 없다. 한교원은 잘못했다. 그 잘못을 피할 방법은 없다. 중징계도 뒤따를 터. 잘못을 했으니 묵묵히 달게 회초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실추시킨 태극마크의 품격도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그의 앞으로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그게 걸려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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