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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도쿄증시 시총 버블 넘어섰다… 日기업 '눈물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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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의 시가총액이 25년 남짓만에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기반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노력이 일궈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은 22일 시가총액이 591조3007억엔(정부 보유 주식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9년 12월29일에 기록했던 사상최대치 590조9087억엔을 웃도는 것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대형주 중심의 1부 시장과 중소기업 위주의 2부 시장, 고성장 벤처기업 전용시장인 마더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225개 기업으로 구성된 닛케이225지수는 0.30% 오른 2만264.4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0년 4월 이후 15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1883개 종목 전체가 반영된 토픽스지수는 0.06% 오른 1647.85로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경제에 버블이 절정이었던 1989년보다 오히려 지금의 펀더멘탈(기반여건)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989년 당시 60배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16배에 불과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PER이 20배가 넘어가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본다. 닛케이225지수는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 이후 두 배 넘게 올랐지만 PER 기준으로 보면 기업들의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트리스탄 핸슨 애시버튼 자산관리부문장은 “도쿄 증시의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로 불어났지만 일본 기업들의 주가는 정점이던 시절의 밸류에이션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 기업들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제로’(0) 성장을 거듭한 ‘잃어버린 20년’에 맞서 어떻게 해서든 EPS(주당순이익)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2014년4월~2015년3월)에 일본에서 순이익이 1000억엔(약 9000억원)이 넘는 상장사는 61개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일본 기업들의 순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 취임 후 40%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이 2013년 4월부터 현재까지 일본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공격적으로 시행한 결과다. 지난해 10월에는 연간본원통화 공급량을 기존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BOJ는 이날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일본의 경기판단을 소폭 상향하면서 현행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고용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개인 소비가 견조하다”며 “반걸음이라고 할지, 한걸음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경기판단은 진전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BOJ가 오는 10월쯤 추가적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도시다 마사유키 라쿠텐 경제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는 "1분기 성장률은 호조였지만 2분기 추가 성장에 대한 우려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이후 최근 다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의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은 2.4%(실질)로 집계됐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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