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철권통치' 우즈베크, 정부비판 주간지에 폐간 명령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국 "전통적 가치 훼손"…"보복성 조치" 비난 여론

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 인권단체들이 2011년 1월 벨기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앞에서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시위 모습 (연합뉴스 DB).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20년 넘게 철권통치 중인 우즈베키스탄에서 또다시 언론탄압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아시아 전문매체 '유라시아넷' 등은 22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정권을 향해 비판적 기사를 쓰던 주간지 '노브이 베크'(새로운 세기)가 당국으로부터 폐간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샤크리요르 만수로프 우즈베키스탄 언론정보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법원의 명령에 따라 신문(노브이 베크)이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검찰은 앞서 노브이 베크가 "음란한 농담과 단어 '성적인'(sexual)을 자주 쓴다"며 신문의 폐간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의 또 다른 정부비판적 매체인 '우즈메트로놈'은 당국이 "국내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전통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노브이 베크에 폐간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우즈메트로놈은 그러면서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서점에서 사전부터 없애야 한다"고 비난했다.

노브이 베크 측은 법원의 명령 직후 곧바로 철회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판사와 검사가 러시아어를 못한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매체의 웹사이트 접속은 가능하며 새로운 기사가 가끔 올라오지만, 관계자들과는 연락되지 않고 있다.

노브이 베크는 우즈베키스탄이 옛소련에서 독립한 이듬해인 1992년 1월 창간해 매주 목요일마다 러시아어로 발행되는 주간지다.

당국의 언론통제가 심한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인 몇 안 되는 민영 언론사다.

이 때문에 현지 여론은 폐간 명령이 당국의 보복성 조치로 특히 이 매체가 최근 경찰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기사화한 것이 결정적 이유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당국의 언론탄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동부도시 안디잔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때 당국은 현장에서 취재하던 로이터 통신 특파원을 구속했다가 하루 만에 추방했으며 다른 7명의 현지 및 외신기자들에게도 위협을 가해 현장을 떠나게 했다.

안디잔 반정부 시위는 우즈베키스탄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정부군이 카리모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던 시위대에게 무차별 발포해 수백 명이 숨졌다. 또 카리모프 대통령의 측근 간 권력암투설이 번지던 2013년에는 보안 당국이 국가기밀 유출방지를 들어 국영방송사 직원들의 출국 및 외국인과의 접촉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소련에서 독립 후 지금까지 권좌를 지키는 카리모프 대통령은 정치·인권·언론탄압으로 악명이 높다.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2월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5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는 전체 18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하위권인 166위에 머물렀다.

mtkht@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