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한국 자주찾는 中 파워블로거 5인의 솔직토크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전쟁을 겪지 않은 20·30대 중국 젊은 세대들은 일본에 크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정치나 영토 문제로 일본과 사이가 나빠진다고 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대신 한국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지금처럼 관광자원이 빈약하고, 중국인을 은근히 무시하는 분위기라면 젊은 세대들이 과연 얼마나 한국을 찾을지 의문이에요."

'큰손 유커'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 젊은 세대)' 여성 5인은 한국 관광에 대해 "만족도가 거의 낙제점 수준"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2~10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토로하는 불만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관광 콘텐츠 부족과 중국인을 유난히 얕잡아보는 서비스 수준이었다.

이들 바링허우 5인은 각각 웨이보(블로그)에 100만명 이상 폴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소위 '한류 파워 블로거'다. 바링허우를 겨냥한 온라인 입소문 마케팅을 벌이기 위해 신세계그룹이 2주간 공개모집으로 선발해 초청했다. 매일경제신문은 3박4일 일정 중 첫날 백화점 쇼핑을 마친 후 이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이들이 생각하는 한국 관광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유커 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데 비해 한국 관광 질적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관광·쇼핑과 관련해 '유커' 시대가 열린 지 벌써 5년 정도 지났다. 지난해 600만명을 넘어선 유커 덕에 면세점·백화점 등은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중국인 재방문율은 2010년 37.9%에서 2013년 25.8%로 크게 떨어졌다. .

먼저 이들은 한국 관광 자원이 너무 빈약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남성들이 즐길 만한 것들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류쉐 씨는 "가족과 함께 오려고 해도 남편은 별로 한국에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쇼핑 때문인데 남성들은 쇼핑하는 동안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건 찜질방 정도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장자자 씨는 홍보 문제를 지적했다. 장씨는 "속초에 갔는데 정말 좋아서 중국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추천했는데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열 번 넘게 한국을 찾았음에도 한국에서 가본 지역은 다섯 명을 통틀어 서울 외에는 제주도와 강원도를 다녀온 이가 한두 명 있는 게 전부였다.

다섯 명 중 부산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서비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장씨는 "한국에서 쇼핑을 할 때마다 직원들이 한국인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류쉐 씨는 "서비스는 오히려 5년 전이 더 좋았다"며 "그때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반감 같은 게 생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섯 명 중 세 명이 아이폰6를 사용하고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챙겨보는 것이 이들 바링허우다. 중국인을 과거와 같이 후진국 관광객 정도로 여긴다면 '한류'에 힘입어 늘어나는 지금 한국 관광 규모도 결국은 꺾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엔저뿐 아니라 서비스를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리신 씨는 "솔직히 일본이 훨씬 서비스 태도가 좋다"며 "중국 중산층은 많은 돈을 쓸 생각으로 한국에 와도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 관광객 모두를 저가 여행객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쉐 씨는 "환율도 중요하지만 일본에선 약이나 전자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고 한국에선 화장품이나 아동용품을 많이 산다"고 말했다.

탕샤오자 씨는 "중국 진짜 부자들은 명품 쇼핑을 위해 유럽 명품거리에 있는 편집숍으로 가지 한국 백화점을 찾지는 않는다"며 "백화점과 명품거리가 주는 느낌이나 체험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막연히 중국인들 명품 쇼핑을 기대할 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상품 개발 등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말이다.

젊은 세대인 만큼 온라인을 통해 한국 제품을 자주 구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섯 명 모두 한국 국외직판 사이트를 이용한 경험은 없었다.

[장영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