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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뉴스줌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 그 의미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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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안수영 기자]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7일 KT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고, 이어 14일에는 LG유플러스가, 19일에는 SK텔레콤이 각각 새로운 요금제를 발표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요금제 선택 시 데이터 제공량만 고려하면 된다. 음성, 문자, 데이터 사용량을 모두 고려해야 했던 기존 요금제와는 다르다. 이번 요금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K텔레콤은 하루 만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를 15만 명 확보했으며, KT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되며 이동통신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아쉬움과 의문점 역시 존재한다. 이번 요금제 출시가 지니는 의미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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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이 아닌 시대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

이번 요금제는 이동통신 3사가 사용자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위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연령이나 직종에 따라 음성이나 문자를 더 많이 소비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데이터를 위주로 쓴다. 특히 문자메시지의 경우 카카오톡, 라인 등의 메신저 앱으로 대체됐으며, 스카이프와 같은 인터넷전화 앱도 많다. 반면, 데이터 트래픽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은 모바일 접속 속도 향상, 모바일 동영상 시청 증가, 사물인터넷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확산 등의 이유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요금제는 언젠가 출현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보급 속도와 비교해 본다면 오히려 늦게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음성과 문자의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고 그에 따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요금제는 소비자들에게 부여하는 혜택은 아니다. 이제까지 나온 여러 요금제 중에 하나에 속하는 것이다.

무료 아닙니다, '일부 무제한'이 맞습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음성통화와 문자를 상당 부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부 언론 또는 일각에서는 '무료'라고 칭하기도 했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표현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인데 왜 무료라는 용어가 붙는가. 사용자가 공짜로 받는 것이 아니므로 적합하지 않다. 만약 정말로 음성통화와 문자가 '무료'라면,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요금이 300MB에 3만 2,890원(29요금제)이므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보다는 무제한이라는 용어가 좀 더 가까운 의미이지만, 음성통화와 문자가 완벽하게 무제한인 것도 아니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저가 요금제에서 유선 전화는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또한 이동통신 3사 모두 일부의 경우에는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 음성 통화량이 600분을 초과하는 횟수가 월 3회를 넘는 경우'에 음성 사용량이 제한된다.

LTE 아닌 고객은 상대적으로 소외

이번 요금제는 LTE 사용자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부 3G 사용자는 소외됐다. SK텔레콤의 경우 3G와 LTE 고객을 모두 대상으로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LTE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대해 KT는 지난 20일 백브리핑 간담회에서 '3G 고객의 수가 얼마 되지 않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라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KT가 밝힌 것처럼 3G 고객의 수가 정말로 미미한 수치라면, 이를 반영하더라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데 왜 요금제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2G 고객들의 불만도 존재한다. 물론 2G 고객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피처폰을 사용하므로 데이터를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용자들이 음성통화와 문자를 상당 부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 반해, 2G 고객들은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기존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 2G 고객에게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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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2만 원대 요금제는 없는데...

현재 이동통신 3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29요금제를 앞세워 '2만 원대 요금제'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2만 원대 요금제는 없다. 29요금제는 2만 9,900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이다. 실제 금액은 2만 9,900원에 부가세 10%(2,990원)를 더한 '3만 2,890원'이 정확하다. 부가세 별도 항목은 홈페이지에서 작은 글씨로 표시되어 눈여겨 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물론 통신업계에서는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을 요금으로 붙이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지만, 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우려가 있다면 이러한 점은 시정되어야 한다. 마케팅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다. 평소 우리가 이용하는 식당과 카페에서는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왜 통신사 요금제는 그렇지 않을까.

국내 평균 데이터 소비량과는 다소 불일치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통화는 많이 사용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은 적은 이들에게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용자들은 그 동안 음성통화 때문에 높은 요금제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음성통화 위주 사용자들에게 혜택이 주어졌다기보다는 기존의 요금제가 음성통화 위주 사용자들에게 불리했다는 의미가 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소비 패턴에 비추어보아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과연 어떨까.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무선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LTE 가입자의 1인당 트래픽은 3222MB로 집계됐다. 즉,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한 달 평균 데이터를 3.2GB 소모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SK텔레콤의 47요금제(데이터 3.5GB 제공)를 제외하면 KT와 LG유플러스의 요금제는 다소 실정에 맞지 않는다. KT의 39 요금제는 2GB를 제공하므로 부족하고, 49 요금제는 6GB를 제공하므로 남는다. 오는 7월 출시되는 44 요금제는 3GB를 제공하므로 비교적 근접하지만, 평균치보다는 다소 부족하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의 38 요금제는 2GB를, 49 요금제는 6GB를 제공해 중간 수치의 요금제가 없다. LG유플러스의 LTE 데이터 중심 비디오 요금제 52는 3GB를 제공하지만 52 요금제로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번 요금제의 출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며, 해당 요금제를 통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보다 많은 이들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짜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향후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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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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