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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경매 나온 박정희 대통령 친필 서명 보고서…불법 유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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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담긴 보고서가 한 경매 사이트에 올라와 낙찰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전직 대통령의 휘호나 편지는 경매에서 자주 거래가 됐지만, 대통령기록원에 보관돼 있어야 할 공문서가 유출돼 경매에서 매매된 사례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인터넷 경매 사이트 코베이에 올라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 서명한 보고서.


지난 20일 인터넷 경매 사이트 ‘코베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수결(手決)한 사인과 코멘트가 수록된 국제정치특별보좌관실[1975년 각하 보고서철] 1건(보고서 14건 수록)’이라는 물품이 온라왔다. 서류를 철해서 보관하는 파일철 하나가 통째로 경매에 나온 셈이다. 보고서는 20일 진행된 현장 경매에서 160만원에 팔렸다.

코베이 측은 “1975년 6월 9일 ‘미국 언론인 로버트 노백과의 면담보고’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24일 ‘방일 초청 내역 보고’까지 총 14건의 보고서가 수록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스라엘의 핵정책에 관한 보고’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이 남긴 공문서를 유출하고, 또 매매하는 것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법에는 “대통령 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며,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보고서가) 나오면안 된다. 명백히 법을 위반한 유출이다”라며 “(보고서를) 내놓은 사람이 어떤 과정으로 입수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통령기록물은 공공재여서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하고, 가족들이 갖고 있어서도 안 되는 대통령의 기록을 팔려고 내놓는다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대통령의 편지 등은 경매에 나왔는데, 대통령과 관련된 공문서가 경매에 오른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경매에 올라온 보고서의 일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명과 보고서에 대한 코멘트가 담겨 있다.


코베이 관계자는 보고서를 입수한 경위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시행령을 보면 유효기간이 30년인데, 이 보고서는 1975년에 생산된 것이어서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명과 코멘트가 담긴 보고서가 경매에 나온 것은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도 경매 시작 가격(150만원)보다 1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후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이 경매에 많이 출품된다고 한다. 2013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제9대 대통령 취임사 원고가 52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에도 박 전 대통령이 1966년 임병직 UN대사에게 보낸 서신, 1979년 구자춘 내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신이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2007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것으로, 개인적인 소장품이다. 받은 사람이 보관하고 있다가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처럼 국가가 보관해야 할 기록물은 아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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