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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인식 위원장이 본 한화에 대한 찬사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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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2015년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가 심리적 지지선인 5할을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물론 김성근(73) 감독의 노력일 것이다. 프로 구단의 성적은 투자와 지도자의 열의에 비례한다는 것을 김 감독은 입증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팀 체질 변화를 이루어내고 선수들에게 승부근성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표현법을 빌려 말하자면, ‘야구를 한다는 것은 끝없는 도전이다. 그 도전은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일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도전한다.’ 올해 김성근 감독이 추구하는 한화의 야구를 빗대어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겠다.

하지만 ‘김성근 식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화를 응원하는 대부분의 팬들은 맹목적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연 한화 마운드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투수진의 보직파괴, 전천후 기용, 무차별 투입이 김성근 야구를 잘 아는 이들에게도 위태로워 보이는 모양이다.

김성근 야구는 치밀함과 치열함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치 톱니바퀴가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빈틈없이 돌아가듯 그런 운용이 김성근 야구의 장기이다.

1980년대 중반 OB 구단에서 김성근 식 야구를 지켜봤던 정희윤 한양대교수는 “김성근 감독은 노력하는 천재이다. 밤새도록 수백 가지의 경우의 수를 놓고 작전구상을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김 감독일지라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야구다. 정 교수는 김성근 감독도 미처 계산하지 못한 돌발 사태에는 허점을 드러내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화 감독 시절(2005~2009년) 시절 팀을 3차례나 4강에 올려놓았던 경험이 있는 김인식(69) KBO 기술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김인식 위원장은 “최근 한화의 투수진 운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팀 형편을 감안한 고육책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 메이저리그 경기를 신경 써 보고 있는데 거기도 1, 2선발(이 등판할 때)과 4, 5선발이 확 차이난다. 1, 2선발 때는 서너 명의 투수를 투입하고 끝내는 수가 많지만 4, 5선발 때는 예닐곱 명도 더 등판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상대팀도 그런 수준의 투수가 나와 경기가 엉망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 4, 5 선발이 실점을 많이 하더라도 중간 투수들이 무리하면 문제가 되니까 선발이 5이닝 가량은 소화를 하도록 버텨내지만 벌써 4, 5선발 운용의 어려움 때문에 쩔쩔매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절반은 된다는 게 김인식 위원장의 분석이다.

모든 감독은, 당연하지만 시즌 초 베스트 멤버 위주로 팀을 꾸려간다. 가급적이면 주전 요원 이탈 없이 시즌을 마치길 바란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한화의 안영명이 일주일에 3차례나 선발로 등판하는 일이 생긴다.

김인식 위원장은 “(어느 팀이나) 이탈한 베스트 멤버가 빨리 돌아오는 것이 관건이다. 주전선수가 일주일이나 열흘 안에 돌아와야 팀이 잘 돌아간다. (주전선수 대신) ‘스페어’로 뛰는 선수가 어느 날 잘 하는 수가 있지만 곧 실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애초 구상했던 베스트 멤버가 좀 부진하더라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운드 물량 공세, 벌떼 야구는 이미 SK 와이번스 시절의 김성근 야구에서 익히 봐왔던 터. 상대의 맥을 짚어 잘게 썰어 국면을 운용하는 그의 야구는 SK에서 큰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런 방식이 한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더욱 심화된 인상이다.

선발야구의 실종, 불펜야구의 확대와 강화는 한화의 마운드를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라도 비판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 ‘선발, 마무리 투수는 간 데 없고 그저 첫 번째 등판하는 투수, 마지막에 나오는 투수’로 폄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든 투수가 전전후가 될 수 없고, 자신의 임무에 맞는 조절과 능력 함양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일.

김인식 위원장은 그와 관련, “김성근 감독이 그런 점을 모를 리 없다. 다만 가용자원 활용이라는 면에서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일 것”이라고 옹호했다.

올해는 팀별로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버리는 경기 없이 매 경기 전력투구를 하는 것은 팬이 기꺼워할 노릇이긴 하다. 그에 따른 중압감과 과부하를 감당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상황에 따른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개혁의 피로감’ 때문에 오히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전의 한화 구단은 투자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줬다. 한화 구단이 그나마 적극 투자에 나선 것은 류현진을 메이저리그에 판 이후부터이다. 아직 투자 기간이 짧다. 그런 점에서 장기간 투자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SK와는 다르다. 김성근 감독은 취임 때 우승을 목표로 삼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 시점을 알 수 없지만 추측컨대, 3년 계약의 김 감독이 2016년을 정상 공략의 해로 구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올해는 정상 정복을 위한 전략을 가다듬어 실험을 하고 선수들을 시험하는 해로 봐야할 것이다.

그래서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의 ‘파격’이 어떤 결말을 맺을 지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혼곤한 꿈에 젖어 있던 봄날은 갔다. 구단마다 구상을 미세조정하고 여름 더위를 이겨낼 채비를 할 때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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