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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쉬고 쓰고 싶어도"…30~40대 가장 지갑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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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세종=뉴시스】이상택 기자 =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각종 행사가 열린다는데, 막상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갈만 한 곳이 마땅치 않아요. "

아이를 둔 30, 40대 부모들의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늘 회사일에 바빠 법정 휴가조차 마음껏 쓰지 못하는 게 한국 가장들의 현실. 더욱이 사교육비다, 주거비다 해서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다 보니 모처럼만의 휴일에 아이들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민간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건 가계가 10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라거나, 고령화 등에 따른 미래 불안감만이 전부가 아니다. 제대로 된 여가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탓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돈이 없어서도 못쓰지만, 있는 돈 조차 제대로 쓸 수 있는 여가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소비가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인식도 부족해 내수침체의 돌파구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최근의 소비 부진 현상은 한층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여가를 즐기기는 커녕 생필품 소비마저 줄이는 형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의복 등 준내구재의 소매판매가 전년동월에 비해 2.1% 감소했다. 또한 서적·문구 등 비내구재도 0.8% 줄었다.

특히 서민들의 소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형마트에서의 판매는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고 슈퍼마켓도 4.9% 감소했다. 여기에 대형백화점 판매도 9.4%나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0%다. 말이 0%이지 담배값 인상율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나 마찬가지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가수준이 낮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긴 하지만 성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제는 역동성을 잃고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성장속에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inflation)보다 저성장에 물가도 하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위험스럽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20년을 허송세월한 일본경제를 빗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도 이런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얘기다.

물론 현재의 민간소비 회복에는 수 많은 걸림돌이 있다.

노후불안, 주거불안, 일자리불안,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상환 불안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역으로 이를 뒤바꾸면 소비를 이끌어낼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큰 축인 수출마저 실망스런 결과를 나타내면서 내수회복은 발등의 불이 됐다.

때문에 인위적 내수진작을 통해 숨죽인 성장동력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고 휴일도 많은 5월을 맞아 그 첫걸음은 여가문화 확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연평균 여행일수가 하루 늘어나면 소비가 2조5,000억원 증가하고 일자리도 5만개나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가생활 지출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오락·문화 등 여가생활 지출은 월평균 16만2401원으로 소득의 3.47%에 그쳤다. 세대 가운데 가장 높다는 30대 가구주도 3.87%에 불과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늘릴 여지가 높다는 말도 된다.

올 2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중산층 가구는 1990년 총소비 지출의 5.9%를 여가에 들였지만, 2013년에는 5.3%만 썼다.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여가지출 비중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인데, 여가활동 장려를 통해 이런 흐름을 되돌릴 필요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는 여가문화, 의료보건 등 서비스시장이 잘 발달되지 않아 소비를 할만한 부분이 규제 내지 인프라 부족으로 막혀 있다"며 "재정부양이 아니라 내수가 자생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처럼 인구가 많지 않아 내수효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겠지만 끌어올릴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7~8% 고성장이 아니라 4% 성장이라도 유지하려면 내수가 늘어야 하고 단순히 성장뿐아니라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st01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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