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천만원 벌면 '펭귄아빠', 일억 벌면 '독수리아빠'?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1990년대 중반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기유학 붐이 일면서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현상의 하나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20년. 기러기아빠가 대중화되면서 해외로 떠난 상당수 자녀들이 대학진학과 취업, 결혼을 앞둔 청년기에 진입했다. 최근 국내외 경제난, 청년취업난은 물론 달라진 가족관계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기러기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정의 달 기획-기러기아빠 20년 ②-2]]

머니투데이

1990년대 중반 상류층을 중심으로 조기유학 붐이 일면서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국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가 사회현상의 하나로 떠올랐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라고 다 같은 기러기 아빠가 아니다.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아빠들의 위상이 달라진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외국을 휴가나 명절 때를 맞춰 1년 두어차례 방문한다는 의미로 '기러기 아빠'로 불려온 아빠들. 요새는 능력에 따라 '펭귄 아빠'와 '독수리 아빠'로 나뉘어 불리고 있다.

'펭귄 아빠'란 소득이 그리 높지 않고 시간 여유가 없어 가족들이 보고 싶어도 있는 곳에 찾아가지 못 하는 아빠를 말한다.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A씨(46)도 전형적인 '펭귄아빠'다.

A씨는 "1년에 1차례 정도 아이들을 보러 미국에 간다"며 "항공료가 비싸기 때문에 휴가철이 아닌 비수기를 골라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1년에 1억 이상을 흔쾌히 보내고 있으면서도 내가 타고 가는 항공료 150여만원은 아깝다.

아무리 대기업에 다니고 1000만원이 넘는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기러기 아빠들 사이에서는 '펭귄'에 속한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연봉이 '억대'에 달해도 소득의 70% 가까이를 해외로 송금하고 난 뒤 나머지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돈 잘 버는 아들이지만, 부모님께 자식 노릇하기도 쉽지 않다. 노후 대비를 위해 따로 저축을 하거나 사적 연금을 드는 일도 생각지 못하고 있다. 주로 회사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고 주말에는 한 번씩 라면을 끓여먹은 뒤 설거지를 해 놓는다.

'독수리 아빠'는 소득도 높고 시간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아내와 자녀가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갈 수 있는 능력있는 아빠를 말한다. 주로 전문직이나 사업을 하는 아빠들이다. 한 투자회사 대표로 있는 B씨(50)는 자녀 셋을 캐나다에 유학 보내두고 1년에 수차례 찾아간다.

B씨는 "사실 아이들이 게임하고 공부를 안 좋아하는 모습이 싫어 잠시 공부시키려고 보냈는데 그 곳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까지 가르치려 하고 있다"라며 "보고싶을 때마다 찾아가고 있고 중간중간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차례씩 찾아오는 가사 도우미가 청소와 빨래 등을 해 두고 가기에 생활의 유지도 그리 힘들지 않다. 해외 출장도 잦고 워낙 바쁜 삶을 살고 있고, 주말에는 골프 약속 등을 나가기에 외로움도 크지 않다.

아이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모든 경제력을 걸기 때문에 기대가 큰 '펭귄 아빠'와 달리, '독수리 아빠'들은 아이들의 장래에 대한 욕심도 그다지 크지 않다. B씨는 "둘째의 경우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기술을 배우는 중"이라며 "다른 자녀들도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유학생들의 해외 취업 등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자 '펭귄 아빠'들 가운데 자녀 유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경제적으로는 큰 부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가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결국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투자 대 효과 부분을 많은 기러기 아빠들의 고민"이라며 "성과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U턴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ooji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