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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롯데-kt 5:4 트레이드 전격분석, 만족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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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빅딜'이 성사됐다. 규모로 따지면 KBO리그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대형 트레이드'다. 지난 2일 경기가 종료된 후 롯데와 kt의 5:4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든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kt의 미래라고 할 정도로 촉망받는 투수 유망주 박세웅의 이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계투진 핵심 요원이었던 이성민 역시 롯데로 이적하는가 하면, 롯데에서도 꽤나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이 대거 이동했다. '파이어볼러' 최대성, 최근 1루와 포수 겸업을 담당하는 장성우, 외야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하준호 등 실전 경험이 꽤나 많은 선수들이다. 나름대로 카드를 맞추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많은 팬들의 포커스는 박세웅과 장성우 등 주요 선수들로 쏠렸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이동도 의미가 있다. 이적 발표 이튿날 짐을 싼 선수들은 발걸음을 재촉했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포토타임을 가지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경기에 나서는 등 주말을 뜨겁게 달군 두 팀의 트레이드를 9명의 모든 면면을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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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을 바꿔입은 박세웅과 장성우. 사진 = MK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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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5군' 보내고 '미래' 챙겼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트레이드가 성사됐을 뿐 그 선수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아직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비교가 정말 의미없을 법도 하지만 현재로선 백업 선수들을 보내고 kt의 미래들을 대거 영입해 한 명을 더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트레이드를 결정했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특히 박세웅 카드는 롯데로선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투수로 최근까진 kt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정명원 투수코치의 신임을 받기도 했다. kt팬들은 박세웅을 '우리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라며 그의 성장에 기대를 품었는데 몇 경기 등판하지도 못하고 이적 통보를 들었다. 본인도 소식을 전혀 몰랐다는 후문이다.

140km대 중후반의 공을 뿌리면서 제구까지 겸비한 투수다. 시범경기부터 날카로운 제구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는 힘을 발휘, 많은 팀들의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되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일 수원 NC전에선 선발로 나서 7이닝 2실점 QS+를 기록했다. 들쑥날쑥한 기복만 해결한다면 즉시전력감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원이다. 이종운 감독은 "상태를 지켜보면서 최종 보직을 정할 것"이라며 선발과 불펜에 대한 가능성을 모두 남겨두었다.

또 한 명의 투수, 이성민의 이름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특별지명을 통해 NC에서 kt로 이적한 이성민은 빠른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고 영점이 잡힐 땐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다. 다만 제구 불안이라는 잠재적인 요소가 종종 발목을 잡은 만큼 제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kt에서도 필승조였던 그는 롯데에서도 필승조에 합류했는데, 3일 한화전에서 등판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4점 차 리드 상황’이었다.

좌완 심규범의 바통을 이어받아 5회초 마운드에 오른 이성민은 선두타자 김태균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도 이성열, 김회성, 김태완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내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6회말에도 선두타자 한상훈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정근우와 김경언에게 볼넷을 내줘 2사 주자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서자 롯데 벤치는 급하게 심수창을 호출했고 이성민의 이적 후 첫 등판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래도 팀을 옮긴 9명 가운데 첫 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는 단연 이성민이었다.

나머지 두 명, 안중열과 조현우도 앞서 소개한 두 선수 못지 않게 미래가 밝은 선수다. 먼저 포수 안중열은 장성우를 대체할 자원으로 kt 유니폼을 입었고 최근 몇 년간 프로에 입단한 신인 포수들 중에서도 몇 안되는 뛰어난 재목이었다.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고 야구 센스를 갖춰 kt의 안방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특별지명으로 용덕한이 이적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게 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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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안중열-조현우-이성민-박세웅, 발표 다음 날 대전으로 이동했다. 사진 = MK스포츠DB


일찌감치 어깨가 좋은 '수비형 포수'로 관심을 끌었고 고교 2학년 때 청소년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선배들을 능가하는 후배이기도 했다. 타격에서 보완점을 드러낸 건 사실이지만 수비력 하나만큼은 용덕한에 뒤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롯데가 안정감 있는 백업 포수를 원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만간 부상에서 돌아오는 박종윤 등 1루 쪽 자원은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선택한 카드가 안중열이다.

조현우는 군산상고 시절부터 프로 관계자들이 유심히 지켜본 에이스다. 제구가 뛰어나고 1학년 때부터 군산상고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좌완이다. 경기운영능력이 좋고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구속은 140km대 초반을 살짝 못 미치져 어떻게 보면 제구에 기대를 거는 카드다. 이명우 등의 기존 좌완 투수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미래' 대신 '즉시전력감' kt의 선택은 옳았을까

충격이다. kt의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갈 것이라고 상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그런 박세웅을 내주면서까지 데려온 5명의 선수들 중 네임벨류로 따지면 장성우와 최대성의 이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요즘 들어 1루수로도 나서며 입지를 조금씩 넓혀간 장성우의 이적은 롯데의 '한 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찰청에서 2년간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해 복귀해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고 올해도 강민호의 백업 포수로는 2% 부족한 모습으로 이종운 감독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도 장성우의 한방에 기대를 걸었던 팬들은 가끔씩 터지는 방망이에 답답함도 느꼈고 수비력도 썩 좋지 못했다. 장성우가 바로 kt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의 활약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우선 조범현 감독은 용덕한-안중열 체제에서 장성우-용덕한 체제로 갈 것을 밝혔으며 3일 NC전에서 장성우를 5번 타순에 배치, 선발 포수 역할을 맡겼다. 결과는 4타수 무안타,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다. 윤요섭과 용덕한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면에선 긍정적인 요인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입인데 실질적으로 플러스가 될 지는 미지수다.

한동안 2군에 내려가 있어 롯데팬들조차 근황을 몰랐던 투수 최대성은 2000년대 중반 KBO리그 대표 파이어볼러였다. 한때는 롯데 불펜의 필승조 노릇도 톡톡히 하는 등 프로 입단 이후 줄곧 그가 입은 유니폼은 단 한 개였다. 그러나 이제는 롯데 입장에서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고, 당장 마운드에 올라올 투수가 필요했던 kt에겐 쏠쏠한 카드가 아닐 수 없었다. kt 마운드가 과부하에 가까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대성 역시 곧바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 두 선수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입지가 좁아진 하준호도 kt에겐 필요했던 자원이다. 김상현, 이대형, 김사연 등이 포진된 외야진에 한 두 명의 확실한 백업 자원이 없었고 현재는 부상으로 빠진 김사연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한방이 매력인 하준호는 김민하의 그림자에 가려지면서 경쟁에서 밀린 상태였다. 지난해 시즌 후반 기회를 부여받았던 것과는 달리 올핸 김민하가 훨씬 많은 경기에 출장하며 이종운 감독의 시나리오에서 없는 선수나 다름이 없었다.

반면 조범현 감독은 김민혁이 있음에도 3일 NC전에 곧바로 선발 투입시켰다. 하준호는 3번 타순에 배치돼 우익수로 나섰다. 안타를 하나 기록하며 4타수 1안타, 김민혁과 교체되며 첫 임무를 마무리했다. 적어도 부상으로 이탈한 김사연이 돌아오기 전까진 계속 선발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두 선수, 이창진과 윤여운의 경우 1군에서 많은 경기를 출장하진 않았다. 고교 시절 이영민타격상을 받으며 타격에 재능이 있었던 이창진은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프로에 가서도 키가 작아 지명순번이 뒤로 밀린 감이 없잖아 있는데 타격 면에서 파워-컨택트-스피드 3박자를 두루 갖췄다. 한 인터뷰에서 발이 빠르고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이창진은 본인의 롤모델로 정근우(한화)를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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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안중열을 제외한 네 선수가 수원 kt 위즈 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좌측부터 장성우-최대성-하준호-이창진. 사진 = MK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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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포수 출신 윤여운은 트레이드에서도 드러나듯 안중열을 대체할 선수다. 올시즌은 아예 출장기회조차 잡지 못했고 1군 경험이 적다. 체형은 딱 포수 체형인데 생각보다 빠른 발은 그만의 장점이다. 김사훈과 함께 장성우의 뒤를 이을 거인군단의 백업포수로 촉망받았기에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팬들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어깨가 좋고 펀치력도 어느 정도 겸비했다는 평을 들었다.

▲'굳이' 박세웅 카드를 제시해야만 했나

5명 가운데 즉시전력감은 2~3명 정도다. 반면 롯데가 받은 네 선수 중에서 선발진의 핵심인 박세웅이 포함된 건 kt로서도 선수 보강이 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kt팬들의 희망이었던 박세웅의 이적은 다소 아쉽다. 기록 면에서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팀의 미래를 책임질 라이징 스타이고, 장기적으론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이 소식을 들은 kt팬들은 큰 상심에 빠졌다. 단지 네 명의 선수를 내준다는 사실보다도 팬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트레이드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kt는 네 명을 내주며 다섯 명을 받아 한 명의 선수를 더 받은 셈이 됐지만 모든 선수들이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도 여느 때와 같이 6월 초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한 달간의 활약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글 =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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