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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맥빠진 세기의 대결… 돈잔치만 화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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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敗복서 메이웨더, 8체급 석권 파퀴아오 꺾고 판정승]

-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더라

타이슨 "5년 기다렸는데…", 호야 "미안해요, 복싱 팬들"

메이웨더 초당 7500만원 벌어… 펀치당 3억7000만원 챙긴셈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38·미국)가 '8체급 석권의 전설'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를 꺾고 '전승(全勝) 신화'를 이어갔다.

메이웨더는 3일(한국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WBC(세계복싱평의회)· WBA(세계복싱협회)·WBO(세계복싱기구) 웰터급(66.68㎏ 이하) 통합 타이틀전에서 파퀴아오에게 12라운드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118―110, 116―112, 116―112)을 거뒀다. 메이웨더는 이날 승리로 48전 전승(26KO)을 기록했고, 파퀴아오의 전적은 57승(38KO) 2무 6패가 됐다.

수비가 공격을 이겼다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방패가 승리했다. 탁월한 방어 기술로 상대 공격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메이웨더는 저돌적인 인파이터 스타일인 파퀴아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메이웨더는 상대를 안는 동작인 클린치를 적절히 활용하는 등 지능적인 수비로 파퀴아오의 펀치를 무력화시켰다. 파퀴아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뾰족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정쩡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리치가 10㎝ 더 긴 메이웨더에게 유효타를 자주 허용했다.

12라운드가 끝나고 메이웨더는 승리를 확신한 듯 로프 위에 올라가 포효했다. 결과는 3대0 판정승. 평소 거만하고 무례한 행동으로 '악역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한 메이웨더답게 판정승 순간에도 링 주위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메이웨더는 "나는 계산적인 파이터인 반면 파퀴아오는 거친 스타일"이라며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었지만 파퀴아오는 다루기 어려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경기 후 "3주 전 다친 어깨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고 밝힌 파퀴아오는 "내가 이긴 경기다. 메이웨더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 영웅의 패배에 필리핀 국민은 비탄에 잠겼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파퀴아오는 진정한 국민의 챔피언"이라며 "그는 포인트가 아닌 명예를 위해 싸웠다"고 밝혔다.

"미안해요, 복싱 팬들"

조선일보

이날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충돌은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천재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무패 복서와 8체급 석권으로 인간 한계를 뛰어넘은 전설적인 파이터가 5년여를 끌어오다 드디어 링에서 맞닥뜨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상대로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나온 메이웨더를 파퀴아오가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며 맥빠진 경기가 됐다.

6체급에서 10번의 세계 챔피언을 지낸 '골든 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42)는 경기 내용에 실망한 듯 자신의 트위터에 '미안해요, 복싱 팬들'이란 글을 올렸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9)은 트위터에 '우리는 이 경기를 5년이나 기다렸었는데…'라고 썼다.

경기는 싱거웠지만 '돈 잔치'는 화끈했다. 이날의 대전료로 메이웨더는 1억5000만달러(약 1611억원), 파퀴아오는 1억달러(약 1074억원)를 챙겼다. 시간으로 따지면 12라운드 36분을 소화한 메이웨더는 1초당 약 750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메이웨더는 435개의 펀치를 뻗어 148개를 성공해 34.0%의 적중률을 보였고, 파퀴아오는 429개의 펀치 중 81개(적중률 18.9%)를 꽂아넣었다. 메이웨더로선 펀치 하나당 3억7000만원가량을 챙긴 셈이다.

'머니(Money)' 메이웨더는 "9월 한 차례 경기를 더 치른 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웨더는 남은 한 경기를 이긴다면 전설적인 복서인 로키 마르시아노(1924~1969·미국)의 49연승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일각에선 메이웨더의 은퇴전이 파퀴아오와의 재대결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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