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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333조 혹 떼려다 1669조 혹 붙인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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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여야 ‘국민연금액 40 → 50%’ 합의 … 문형표 “포퓰리즘”

공무원연금은 절감하지만 재정 부담 1336조 늘어

청와대 “권한 없는 기구가 국민연금 손대 … 월권”

중앙일보

여야 지도부는 2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30% 더 내고 10% 덜 받는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의 합의안을 수용한 뒤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김 대표, 새정치연합 문 대표·우윤근 원내대표.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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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과 월권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와 행정부로부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여야의 합의문 서명 직전 김 대표를 찾아가 “(합의문에 담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보험료를 지금(9%)의 두 배 수준인 18%로 올려야 가능하다”며 “보험료를 배로 올릴 수 있는 자신 있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면 포퓰리즘이 된다”고 말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의 월평균 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가령 월소득이 200만원이라면 소득대체율이 50%일 경우 100만원의 연금이 나온다는 뜻이다.

여야는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3대 연금 개혁을 언급한 이후 국민대타협기구를 구성해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다뤘다. 기구 구성 117일 만에 여야가 내놓은 합의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50% 인상’이 불쑥 끼어든 것이다.

문 장관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65년까지 추가로 들어가는 돈만 570조원(정확히는 664조원) 넘는 것 같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절감하는 돈보다 훨씬 크며 보험료를 대폭 올리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하루 100억원씩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막아 보고자 시작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가 더 큰 재정적 부담을 미래세대의 어깨에 얹어놓을 수 있다. 이번 개혁으로 2085년까지 333조원을 줄이는 대신 여야의 소득대체율 50% 약속을 위해 드는 국민 부담은 2083년까지 1669조원에 이른다.

여야의 잘못은 공무원연금 절감분과 국민연금 재정은 돈 주머니가 달라 돈이 오갈 수 없는데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 절감분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쓸 것처럼 호도한 점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를 올리든지 적립금(470조원)을 털어야 한다. 보험료가 올라가면 국민의 부담을 초래하며 적립금을 쓰게 되면 연금기금 고갈시기(2060년)가 4년 앞당겨질 수 있다. 여야는 이처럼 국민의 의사를 묻거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을 합의로 결정했다. 게다가 이 기구에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당사자가 없다. 보험료를 올리려면 최소한 국민연금 가입자 대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나선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권한 없는 실무기구가 국민연금을 손댄 월권”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 자체만 봐도 새누리당안 등 당초 개혁안에서 후퇴를 거듭했다.

보험료율, 연금지급률, 기준소득월액 상한, 보험료 납부기간 등이 새누리당이 마지노선으로 내세웠던 김용하(순천향대 교수) 안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달래기 차원에서 보수 적정화 방안과 승진제도 개선을 덜컥 약속했다.

여야는 일제히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화자찬했다. 김무성 대표는 3일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도 전날 “앞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을 할 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를 이룬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는 시한에 쫓겨 ‘합의를 위한 합의’를 내놓은 구조였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법률 개정이 불가능한 데다 개혁의 대상인 공무원단체가 논의 대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여야의 합의는 이해당사자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허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신성식.허진.김경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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