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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보험료 2배로 뛰는 ‘국민연금 50%’… 자식세대에 부담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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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끼워넣은 국민연금

현 40%보다 보험료 3.9%P 올라…여야, 합의문에 재원 언급 안 해

“전 세계가 소득대체율 인하 추세…우린 공무원연금 타협 위해 역행”

2000만 명을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종전보다 좀 더 많은 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면 이를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여야가 이번 합의문에서 “국민의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고 못박았을 때 모두가 여기에 박수를 쳐야 이치에 맞다.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40년 가입했을 때 소득대체율(평생 보험료 납부기간의 월 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은 올해 46.5%이며, 2007년 참여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에 따라 매년 0.5%포인트 줄어 2028년이면 40%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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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여야 합의안은 박수는커녕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노후연금 10%포인트를 더 높이려면 방법은 두 가지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적립금을 쓰는 것이다.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470조원이고 2043년 정점인 2561조원(현재 화폐가치)에 이른 뒤 17년 만인 2060년에 고갈된다. 이 상태에서 내년에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41년 정점(2041조원)에 이른 뒤 2056년에 고갈된다. 고갈 시기가 4년 당겨진다. 그 이후가 더 문제다. 한 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돈만큼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게 25.3%다. 현행대로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할 때(21.4%)에 비해 3.9%포인트의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현재 직장인의 연금보험료(4.5%, 본인부담기준)에 버금가는 돈이다.

다른 방법은 보험료를 올려 조달하는 것이다. 내년에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2065년까지 664조원, 2083년까지 1669조원이 더 필요하다. 2083년 적립기금을 2년치만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보험료를 15.1%로 올려야 한다. 2100년 이후에도 적립기금을 보유하려면 18.85%까지 올려야 한다. 지금의 최대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문형표 장관이 이번 합의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이유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여야 합의안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절감한 돈의 20%를 국민연금에 쓰겠다고 했는데, 이는 저소득층 보험료와 출산·군복무·실업크레딧에만 지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득대체율 인상에는 쓸 수 없는 돈이다.

이번 합의안의 주역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새정치민주연합 추천 인사)는 “보험료를 12%까지만 올려도 된다. 12%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도 2060년으로 지금과 같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문제는 여야 모두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을 할 때 ‘보험료 12.9%-소득대체율 50%’ 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보험료 인상 반발 때문에 소득대체율만 40%로 깎는 안을 택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인상 을 주장해 왔는데 이번 합의안의 토대가 됐다. 이에 대해 김재현 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는 “고령화 때문에 세계적으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공무원연금 타협의 정치적인 수단으로 올리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식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안을 시행하면 20, 30대를 비롯한 후세대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지금도 보험료 부담 때문에 저소득층이 기피해 가입률이 69%에 불과한 마당에 보험료를 올리면 사각지대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회사원 김상현(35·경기도 성남시)씨는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갑자기 국민연금 얘길 왜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소득대체율을 올린다 해서 좋은 걸로 생각했는데 지금보다 보험료를 두 배 내야 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신성식.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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