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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장세주 회장, 원정도박에 직원 동원…14억원 美로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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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동원해 회삿돈 14억원 미국으로 빼돌려

세관신고 한도 넘지 않는 여행자수표로 분산…미국에서 합치는 방식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국내 횡령 자금 105억원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직전 변제한 것 뿐만 아니라, 해외 횡령 자금 80억원 중 14억원을 직원들을 동원해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장 회장은 동국제강과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DKI) 직원들이 한국과 미국을 오고 갈 때 1만달러 상당의 여행자수표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수중에 들고 나가는 금액이 1만달러가 넘으면 반드시 세관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보유 한도인 1만달러 상당의 여행자수표를 몸에 지니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수십차례에 걸쳐 미국으로 빼돌린 돈이 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된 직원에는 미국으로 간 동국제강 직원과 한국에 입국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미 법인 직원이 모두 포함됐다. 이 중에는 수차례 한국과 미국을 오간 사람도 있었지만 신규 직원도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가지고 간 여행자수표를 미 법인에서 근무하는 담당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장 회장이 별다른 신고를 하지 않고 쪼개어 빼돌린 자금을 미 법인으로 모으는 방식으로 미 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장 회장이 철강 제품을 생산하다 남은 '자투리 천' 격인 파철을 무자료로 거래해 미국법인으로 빼돌린 정황을 잡고 수사해왔다. 이에 더해 거래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미 법인으로 빼돌린 회삿돈이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렇게 빼돌린 회삿돈 중 상당한 액수가 라스베이거스 특급 호텔에서의 도박 자금으로 쓰이거나 체류비용으로 지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상습도박 등 혐의로 장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횡령 자금 '쪼개기 세탁' 부분을 포함해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를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당황스럽다.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된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장 회장에 대한 상습도박 혐의 등을 조금 더 구체화 하고 추가 혐의를 포착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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