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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일갈등 속 미일 신밀월…한반도 외교안보지형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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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에 '미일vs중' 갈등고조…한반도 정세 요동

북핵 지지부진·중일 관계개선 모색…한국 '엄중한 시험대' 올라

연합뉴스

오바마-아베, 링컨 기념관 방문(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자 광복 50주년을 맞아 한반도 주변 정세가 평화와 안정의 공고화보다는 자칫 대결과 갈등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고, 일본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전 세계 어디든 자위대를 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본격적인 군사대국화 행보에 나섰다.

미일간 '신 밀월시대'에 맞서 중국은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선다)와 함께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축이었던 한일관계는 과거사 갈등으로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고, 최대 안보 이슈인 북핵문제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위기의식은 미국과 일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한 '2+2' 연석회의에서 18년만에 개정에 합의한 미일 가이드라인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헌법해석을 통해 용인한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반영한 미일 가이드라인은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북핵 대응 등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일 가이드라인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일각의 시각이 있듯이, 이번 가이드라인 합의로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이드라인 내용 중에 '필요할 경우 섬 탈환 작전을 실시하며, 미군은 자위대를 지원한다'고 적시한 부분은 사실상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을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을 일본 자위대가 요격하는 내용이 반영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넘어 중국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외교·안보정책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역내에서 미일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면 우리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로서도 미일 가이드라인이 '양날의 칼'일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미일 양국이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및 각자의 헌법, 국내법에 따라 무력행사를 따른 행동을 취해 나간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국'과 '주권의 충분한 존중'은 한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데다 표현이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한반도 유사시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없이 자위대가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로서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을 놓고 미중 사이에서 미묘한 상황에 놓여있다.

미중간 경제 주도권 전쟁에서도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을 한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과거가 갈등으로 으르렁거렸던 중일은 '미일 대 중국' 갈등 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최근 반둥회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등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미일 3각공조를 이완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9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언급을 하면 한일관계는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낙관보다는 비관이 우세하다.

한일간 갈등으로 한미일 공조가 이완되고, 과거사 문제에서 공조를 취해왔던 중국마저 일본과 관계개선을 모색하면서 우리 외교가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각에서 '외교실패'나 '외교적 고립'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가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만 한일관계와 관련해 "아베의 세치 혀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논란은 특히 한일관계 갈등국면이 지속되면 될수록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지난달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 내에서도 윤 장관의 상황인식과는 달리 "위기 상황인 것은 맞다. 문제는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중요한 축은 북핵 등 북한문제인데 남북관계가 제대로 안되면서 우리가 주변국에 끌려 다니는 측면이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주변 안보·외교지형을 선순환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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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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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서 강연하는 아베 총리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연하며 학생의 질의에 응하고 있다 .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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