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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현 "해외 활동의 룰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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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대학시절 기자를 꿈꿨던 한 소녀가 할리우드로 건너가 '마블의 신데렐라'가 됐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출연한 한국 배우 수현(30)의 이야기다.

수현은 국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널리 알린 배우는 아니지만,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조연 자리를 꿰찼다.

마블 만화를 영화화한 '어벤져스' 2편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았는데도 전 세계 극장가에서 개봉 첫주에 2억 달러 넘는 수입을 거둬들였다.

수현은 비중이 큰 주역은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세계의 많은 관객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이유다.

27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현은 자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해 해외 무대로 떠나는 룰을 깨고 할리우드에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현재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제가 그동안 생각했던 룰이라면 한국에서 톱스타로 성공해 할리우드에 가거나 깊은 내면 연기로 인정받아 세계무대로 가는 거였어요. 이런 룰을 깰 수 있는 행보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한국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 출신 배우들이 활동하는 데 한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도 설명했다.

"미국에서 소수 인종 배우들에게 한계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오디션을 볼 때 이들은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나라는 사람을 보는구나, 느꼈어요. 나이, 키, 배경 같은 이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

'어벤져스' 2편은 전편에 이어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블랙 위도우(스칼렛 조핸슨) 등 어벤져스 군단이 인류의 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이한 점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흔히 동양 배우를 기용해 '파이터' 역에 배치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수현이 맡은 배역은 몸을 쓰는 '여전사'가 아니라 머리를 쓰는 '박사'라는 점이다.

수현은 헬렌 조가 전형적인 아시아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자신이 캐스팅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저 역시 전형적인 아시아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좋아요. 조스 웨던 감독은 제 외모에서 강한 것과 약한 것을 모두 봤다고 해주셨어요. 제가 영어를 한다는 점도 좋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는 어벤져스 군단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영어 대사를 주로 선보이지만,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면에서는 한국어 대사를 동시에 한다. 한국어 대사는 짧기는 하지만, 수현이 직접 썼다.

"대본에는 '직원들에게 한국어로 지시를 한다'고만 돼 있었어요. 제가 한국어를 연기해도 어떤 건지 제작진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더 부담을 안고 연기했어요."

수현은 학창 시절 언론에 관심이 있어 대학교 영자신문 기자로 활동했고 영자 언론에서 인턴으로도 일했다. 부모와 함께 다섯 살 때부터 6년간 미국에서 거주해 영어가 유창하다.

큰 키와 지적인 외모를 갖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권유로 한중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했고 연기 활동도 했지만, 배우가 자신의 길인지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2010년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에 출연하면서부터 내가 갈 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드라마를 마치고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할리우드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죠. 이렇게 빨리 큰 영화에 출연하게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는 '어벤져스' 외에 미국 독립영화 '이퀄스'에도 출연했으며 미국 드라마 '마르코폴로'에도 전사 카이두(릭 윤)의 딸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1시즌 방영은 끝났고 수현은 곧 시작될 2시즌에도 출연한다.

"1시즌을 '어벤져스'와 동시에 찍었는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야 해서 힘들었지만 즐거웠어요. 저는 해외 촬영을 다니면서 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더 큰 세상을 보고 더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활력소가 됩니다."

그는 해외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욕심은 늘 있다고 했다. 배우가 평생 할 일이라는 생각도 점점 커지고 있다.

"'어벤져스'가 제게는 첫 영화이고 시작에 불과하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 영화에서 보니 수현이 다른 사람 같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신선함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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