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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성근의 한화’ 이전엔 보기 힘들었던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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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확 달라졌다. 한화는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5-4 한 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4일부터 벌인 SK와의 주말 3연전 싹쓸이를 완성한 짜릿한 승리였다. 이 3연전 이후의 성적은 12승 10패. 진 기록보다 이긴 기록이 많아졌다. 한화에게 이런 봄은 드물었다. 팬들은 중독성 있는 한화 야구를 '마리화나'에 빗대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붙였다. 변화의 중심엔 ‘야신’ 김성근(73) 감독이 있다. 김 감독 부임 전까지 한화 야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5가지를 짚어봤다.

●스윕

시즌 초반만 해도 야구팬들은 ‘김성근 효과’란 단어 옆에 물음표를 찍었다.‘아래로 향하는’ 한화의 습성이 셀 지, ‘위로 향하게 하는’ 김 감독의 기운이 셀 지에 대한 웃음 섞인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SK와의 3연전 이후 ‘김성근 효과’에 대한 논쟁은 자취를 감췄다. 한화는 24일 2-0 승리 이후 25일 7-6 역전승, 26일 5-4 승리 등 SK전 스윕(3연전 전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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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경기를 마무리한 한화 권혁이 정범모 포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스코어 2대 0으로 한화 승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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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스윕은 2013년 4월 16∼18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3연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더구나 김 감독 자신이 키워 온 SK를 상대로 거둔 스윕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한화에게 SK전 스윕은 지난 2006년 5월 16∼18일 이후 무려 9년(3,265일)만의 일이기도 했다.

●역전승

S K전 스윕 중 25일 7-6 끝내기 승부는 한화의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승부를 막판까지 끌고 가 놓고도 어이없는 실수나 맥 풀린 공격력으로 승리의 기회를 날리기 일쑤였던 지난해까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김광현(27)으로 시작해 윤길현(32)으로 끝나는 ‘필승조’를 투입한 SK였지만 9회말 2아웃 때부터 시작된 한화의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올해 한화는 막판에 더 강해졌다. 지금까지 거둔 12승 중 6승이 역전승인데다 이 6승 중에서도 5차례가 6회 이후 경기를 뒤집은 명승부였다. 여기엔 끝내기 승부 3차례도 포함된다. 그 바탕엔 김 감독의 세밀한 작전과 선수들의 향상된 수행능력이 있었다. 특히 30개의 희생번트 속에서 팀 승리를 위한 희생의 가치를 깨우쳐가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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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전

가장 취약했던 투수진 보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마운드 변화의 중심에는 권혁(32)이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32억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권혁은 이번 시즌 14경기에 나서 1승1패 3홀드 4세이브의 성적에 22⅓이닝 평균자책점 3.63의 불꽃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발투수 못지 않은 활약에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이기는 법’을 아는 권혁의 투혼은 한화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간 ‘암흑기 필승조’로 불렸던 박정진(39)과 안영명(31)도 역시 시즌이 20%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란히 3승째를 올리며 신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의 미래’ 김민우(20)의 프로 적응도 무난한데다 배영수(34)와 송은범(31) 유창식(23)의 컨디션이 회복되고 있어 한화 마운드의 위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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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대 롯데경기. 5회말 2사 2루에서 한화 구원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를 맞추면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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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논란

한화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빈볼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야구에서 빈볼은 경기의 일부분으로 해석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롯데 이종운 감독과 피해 당사자 황재균이 ‘두고 보자’는 식의 대응을 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화의 분위기는 당연히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이 때의 시련을 딛고 더 단단해졌다. 당시 빈볼성 투구를 던지고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동걸(32)은 김 감독의 믿음 속에 지난 25일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한화 팬 김동민(29) 씨는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착해 빠진’ 야구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패배의식이 뿌리깊다 보니 승부 근성도 죽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면서 “빈볼 시비가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한화 팬의 입장에선 앞으로 독한 야구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 상징적인 일이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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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1회말 2사 만루에서 김회성의 적시타 때 홈 베이스를 밟은 한화 김태균과 이용규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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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유니폼

경기가 재미있어지니 관중도 들어차고 있다. 한화는 지난 26~27일 SK와 대전 홈경기에서 연이틀 13,000석 전 좌석이 매진된 것을 포함해 올해 12차례 홈경기에서 3차례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열린 64차례의 홈경기에서 8차례 매진을 기록한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흥행 성적표다. 홈경기 평균 관중 수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7,610명으로 구단 역대 최다 평균 관중(7,758명)을 기록한 2012년과 비슷하다. 이 때는 박찬호와 류현진이 함께 뛰던 시기였다.

야구용품 판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은 8일 "지난달 3일부터 1개월간 야구 유니폼과 응원용품 등 관련상품의 매출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한화의 연고지인 대전·충남지역의 매출이 각각 35%·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 2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한화 팬 유인환(26) 씨는 “이전까지는 응원용 유니폼에 감독 이름을 마킹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이번 시즌엔 ‘김성근’을 새긴 팬들도 상당히 많다”며 체감 인기를 전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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