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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네팔 강진] 카트만두 긴 탈출 행렬…그러나 안전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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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네팔 남성이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집 잔해 속에서 가족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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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로이터=뉴스1) 정이나 기자 = 81년래 최악의 대지진이 네팔을 강타한지 이틀째.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는 수도 카트만두의 도로에는 27일(현지시간) 도시를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필사적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보다 안전한 평원지대를 찾는 탈출이지만 생활과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주민들은 25일 첫 지진 이후 맨 땅에서 밤을 새야 했다. 살던 집이 이미 무너져 내려 몸을 피할 곳이 없거나 아직 집은 멀쩡하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여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카트만두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크리슈나 무크타리는 "도망가는 중"이라며 "어떻게 이 곳에서 살 수 있겠나. 난 아이들도 있는데 밤새도록 바깥에서 노숙을 할 순 없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마실 물과 음식이 부족한데다 질병 감염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도심 내 병원들마다 사람들이 넘쳐나 도로 위에 자리를 잡은 부상자들도 태반이었다. 당국은 카트만두 의대 주변에 텐트를 설치하고 텐트 내부에 임시 수술실을 마련했다.

카트만두 재난관리당국 관계자 디파크 판다는 "전국에서 이어지는 구조, 지원 요청에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산에서도 대규모 눈사태가 발생하면서 봄철 트레킹 시즌을 맞아 산을 찾은 해외 등반객들과 네팔인 셰르파 등 수백명이 산 속에 고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눈사태로 인해 1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카트만두 등 일대 지역의 지친 주민들은 도로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비를 피하기 위해 친 텐트 속으로도 빗물이 흘러들어왔다.

구호단체 등에서 배급하는 물을 받기 위해 긴 줄이 이어졌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상점의 선반에는 남은 물건이 없을 정도였다.

카트만두의 한 약국 앞에서는 먼저 들어서려는 사람들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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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이재민들이 식수를 배급받기 위해 트럭 앞에 줄서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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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네팔을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해 현재까지 3218명이 숨진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부상자도 65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지진은 1만700명이 목숨을 잃은 1934년 대지진 이후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이밖에 인도에서도 66명이 사망했으며 티베트에 거주하는 중국인도 최소 20명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구조작업이 아직 진행중인데다 산악지대 등 외딴 지역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사망자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도, 물도 없이 맨 땅에서 노숙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폭우까지 예보된 터라 물, 식량 부족 사태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네팔 전역에 수백개 마을이 구조작업도 없이 방치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락스미 프라사드 다칼 네팔 내무부 장관은 "전기도, 물도 없다. 최우선 과제는 전기와 물을 복구하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큰 과제는 식량 보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식료품점 주인들이 가게로 가 문을 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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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네팔에서 강력한 여진이 발생하자 한 가족이 다급히 몸을 피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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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발생한 최악의 대참사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인도는 의료품과 함께 국가재난대응 병력을 파견했다. 중국도 60명으로 구성된 긴급지원팀을 보냈으며 파키스탄군은 C-130 수송기 4대와 수색구조팀, 구호물품을 제공했다.

미국도 26일 군용기와 70명의 긴급 인력을 파견해 힘을 보탰다. 이밖에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이 네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수색구조 인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한 여진이 수차례 계속되면서 현장에서의 지원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발생한 여진으로 인해 카트만두 공항이 폐쇄돼 국제사회가 지원한 항공기 일부는 착륙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총 인구수 2800만명인 네팔은 인구 1만명 당 의사 2.1명, 병상은 50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라지브 비스워스는 네팔 내 지진 취약 지역에서 적합한 건축 기준에 따라 재건 작업이 진행될 경우 장기적 재건 비용은 50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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