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취재파일] 양육비 못 받는 한부모 83%…"낳았으면 함께 책임져야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녀 1명을 낳아 성인까지 기르는 데 얼마나 들까?

대학 졸업 때까지 22년을 기준으로 할 때 3억 1천만 원 정도다. 2012년 결혼 및 출산동향 조사에 나온 내용인데 월 평균으로 보면 1인당 양육비는 119만원이다. 가정법원에서 마련한 양육비산정 기준표에 따르면, 부부합산소득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최하구간인 소득 0~199만원일 때 0~3세는 52만 6천원, 18~21세는 95만 9천원이다. 한달 양육비가 이렇다는 말이고, 1인당 이렇다는 거다.

● "양육비 못 받는 한부모 83%"

2012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미성년 자녀를 배우자 없이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이 전국에 약 57만 가구가 있다. 이중에서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비율은 83%다.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는 답변은 5.6%, 나머지는 어쩌다, 가끔 받고 있다는 응답이다. 양육비 청구 소송경험은 4.6%에 불과하고 소송 판결에서 지급하라는 결정은 77.2%, 그런데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7.4%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만의 문제일까. 위에 언급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모자가구는 63.1%, 부자가구가 36.8%다. 3명 중 2명은 싱글맘, 1명은 싱글대디라는 얘기다. 모자가구 63.1% 중에 순수 모자가구, 즉 엄마와 아이로만 구성된 가구는 46.9%, 모자와 기타가구원 가구,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모자가구는 16.1%인 반면, 부자자구는 36.8% 중에 순수 부자가구, 즉 아빠와 아이로만 구성된 가구가 19.1%, 부자와 기타가구원 가구,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부자가구는 17.7%로 순수 모자가구 비율이 훨씬 크다. 다른 가족의 도움을 잘 받지 못하는 모자가구가 더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돈이 없다며 도망다녀요, 자기도 너무 힘들다면서."

소개를 받아 여러 명을 만나봤다.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한부모 여성들이었다.

한 30대 여성은 5년 전 아이를 가진 뒤 동거하던 남성과 헤어졌다. 혼자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웠지만 헤어진 남성에게는 양육비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소송을 냈지만 아직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남성이 도망다니고 있어서 제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다.

"2011년에 아이 낳고 1년 정도 같이 살았는데 헤어졌어요. 그냥 혼자 키우라고 하더라고요. 자기한테 책임 없다고, 네가 낳았으니까 네가 키워라. 처음엔 그냥 저 혼자 키우려고 양육비고 뭐고 없이 키우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이왕 키우는 거 돈이나 받고 키워라 그래서 소송을 청구하게 됐어요. 아이 아빠가 돈이 없다, 못 준다 그러면서 그냥 도망다니는 것 같아요."

"애 키우면서 일한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애가 어렸잖아요. 아이를 제가 봐야 되는 상태고 어린이집 보내도 종일반은 안 되고 사립은 돈이 많이 들고.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지금 1년 대기해서 국립 어린이집 보내고 있어요. 저녁까지 봐주시고 저는 일하고 있어요. 저는 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봐야하고 소송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었는데.. 중간에 포기할까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왔어요."

"양육비 소송하면 다 받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벌써 4년째예요. 그 기간에, 들어가는 시간에 스트레스 엄청 받았죠."


또다른 30대 여성은 다섯살 된 아들을 역시 혼자 키우고 있다. 4년 전 아이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해 다행히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비교적 신속하게 받아냈지만 마찬가지로 한푼도 받지 못했다. 소송에 이겼는데도 말이다.

"저는 일단 5년째잖아요. 5년 동안 하면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는 게 참. 판결이 나서 양육비를 이행하라고 했잖아요. 이행 안 하면 강제 집행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고요. 포기하는 엄마들도 되게 많아요. 5년 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재판 결과 통지서 같은 것도 다 받았대요. 그런데 아무런 연락도 없고 양육비도 안 주고... 아무리 법이라고 해도 법을 안 따르면 그만이더라고요. 재산도 다 빼돌리고 가족 명의로 바꿔놨다고 하더라고요. 끝까지 해봐야죠."

"문제는 제가 일을 제대로 못 해요. 나오라면 나가야 하고 상담받고 서류 떼야 하고 다음 절차 시작하면 또다시 해야 해요. 그게 참 힘들었다면 힘들었죠. 저 같은 경우는 하루 빠지면 하루 일당이 없어져요. 그런데도 빠질 수밖에 없어요. 서류도 떼야하고 왔다갔다 해야하고 누가 해주지도 않으니까."


작년에 이혼한 40대 여성의 사례, 초등생과 고등학생 자녀 2명을 혼자 키우고 있다. 남편의 폭력 때문에 5년 전에 이미 별거해왔고 작년에야 법적으로 갈라섰단다. 그런데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 앞서 사례자들보다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손이 덜 가지만 대신에 정서적인 타격이 크단다. 최근엔 직장에서도 나오게 돼 더 곤란해졌다.

"5년 전에는 그래도 얼마씩 양육비를 줬어요. 30만원, 50만원 이렇게... 매달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하면 주고 그런데 지금은 전혀 안 줘요. 연락도 안돼요, 전화해도 안 받고. 이혼할 때 조건이 자녀 1인당 50만원씩 양육비를 주기로 한 건데 지금은 합의이혼을 위해서 써야한다기에 쓴 거다, 나는 못 준다 이러고 있어요."

"당신 자녀이기도 한데 니가 키우니까 니가 알아서 해, 난 힘들어 이런 식으로 나와버린 거죠. 지금 애들이 돈 들어갈 것도 많고 그런데 못 해주니까 그게 너무 속상한 거죠. 사춘기에 운동도 하고 싶어하고 그런데 못해주고. 아빠의 부재도 아이들한테 상처인데 경제적인 여건도 이렇게 되니까... 작은 애는 심리 치료도 받고 있어요."


● 양육비 이행관리원 출범…문의 폭주!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3월 25일 출범했다.

2014년 제정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져 1년 지나 출범한, 양육비 이행 전담기관이다. 출범 한달 동안 문의는 무려 만 7천 건, 실제 양육비 이행 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2400건이 넘었다. 50여 명 직원들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다. 성과도 조금씩이지만 나오고 있다. 초기에 신청한 사례자의 경우엔, 관리원에서 재산 가압류 같은 법적 조치를 경고하자 이달부터 50만원씩 일단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이행하는지는 또 지켜봐야 한다.) 다른 사례자는, 그동안 연락이 안 돼서 못 줬던 거라며 관리원 중재 하에 만난 자리에서 직접 현금으로 130만원을 주기도 했다. 이후엔 정기적으로 지급하겠노라고 약속했다.(이 역시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김윤경 양육비 상담본부장은 국가기관이 나서서 양육비 이행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의미 부여했다. 한부모 입장에서는 내가 혼자구나, 아무도 나를 지지하거나 지원해주지 않는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공적인 전담기구에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받는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 그냥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될 문제 그런 거여서 관심을 못 받고 소외 받고 하지만 너무너무 어렵고 이런 차원에 있었다면 양육비 이행관리원이라는 이런 공공기구가 생김으로 인해서 어쨌든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대해서 굉장히 감사해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도 기대가 너무 커서 1년 전부터 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출범할 때까지를 손꼽아 기다리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그동안 소화하지 못했던 어려웠던 것을 많이 해결해주기를 큰 기대를 가졌는데 거기에 저희가 부응해야 되는 게 저희 앞으로 과제입니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통해 해결안되는 사례도 물론 많을 것이고 좀더 강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더 필요하다. 사명감으로 모인 직원들이 다수인데 이들의 처우 문제도 장기적으로는 개선돼야 할 지점이고, 양육비 긴급지원 부분도 더 요건을 완화하고 예산을 늘려 많은 사람이 도움받을 수 있게 해야할 듯하다.

● "낳았으면 함께 책임 져야죠."

좀 거친 말이긴 했으나, 기사가 나간 뒤 이런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싸질러놓기만 하면 다냐, 부모가 됐으면 책임을 져야지." 십분 공감한다.

이번에 만난 한부모의 말도 비슷한 취지다.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부부끼리 헤어진 거지 아이하고 헤어진 건 아닌데, 헤어졌다고 해서 아이까지 관계를 끊고 그런 건 정말 아니잖아요. 정부에서 100%는 아니겠지만 어느 선까지는 나서서 이런 부분들을 해줘야 이 사회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SBS기자들의 생생한 취재현장 뒷이야기 '취재파일']

☞ SBS뉴스 공식 SNS [SBS 8News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저작권자 SBS&SBS콘텐츠허브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