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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네팔 지진 참사] 81년만의 大지진, 세계 최빈국 강타… "카트만두市 전체 3m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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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에선 눈사태… 800명 머물던 베이스캠프 덮쳐 40여명 死傷]

餘震 공포에 길거리서 밤샘, 병상 모자라 복도서 치료

중국·인도서도 사망자 발생

베이스캠프서 구글 重役 사망… 구조자 중 한국인 1명 있어

네팔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렌드라 리잘 네팔 정보부 장관은 "사망자가 4500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직후 8시간 동안 모두 65차례의 여진(餘震)이 발생했다. 네팔과 국경을 맞댄 인도에서 66명이 숨지고 중국 신장지구에서도 규모 5.5의 여진이 발생해 10여명이 숨지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눈사태가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를 덮쳐 산악인 17명이 사망했다. 지진 전문가인 로저 빌럼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는 "지각 균열이 120㎞에 걸쳐 생겼고 이번 지진으로 인해 카트만두시 전체가 남쪽으로 3m쯤 이동했다"고 밝혔다.

26일 도착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 도로는 건물 잔해가 널려 걷기도 어려웠다. 현지인과 관광객 수천 명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냥 배회하고 있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서양인 남녀는 "여진이 무서워 건물로 들어갈 수 없다. 어젯밤도 길거리에서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말했다. 시내 병원 안은 친지의 생사를 찾는 시민들로 미어터졌다. 치료 공간이 부족해 피범벅이 된 부상자들은 병원 복도 바닥에 누워 수액을 맞았고, 일부는 병원 앞 길거리에 늘어놓은 침대 위에서 치료를 받았다. 일부 시민들은 집에서 들고 나온 이불을 뒤집어쓰고 길바닥에서 쪽잠을 청했다. 먹을 것도 부족해 시민들은 과자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지진은 히말라야 일대에서 정상 등정을 꿈꾸며 등반에 나선 산악인들의 목숨도 앗아갔다. 동쪽으로 직선거리로 226㎞ 떨어진 에베레스트산의 지표면을 흔들며 눈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25일 지진 발생 직후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제1캠프(해발 5943m) 아래 쿰부 얼음폭포 부근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800여명의 등반가와 셰르파들이 머물고 있던 베이스캠프(해발 5334m)를 덮쳐 17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다쳤다. 하지만 눈 속에 매몰된 시신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구조자 중에는 한국인도 1명 포함돼 있다고 AP는 전했다.

베이스캠프에 있다가 가까스로 화를 면한 해양생물학자 조지 포울샴(38)은 "마치 50층 높이의 거대한 흰색 빌딩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고 눈사태 당시 상황을 AFP통신에 전했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파묻힌 시신 발굴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NS로 지인들에게 등반 일정을 알려오던 등반객이 졸지에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인터넷 기업 구글의 중역 엔지니어인 댄 프레딘버그의 페이스북 사진은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고, 빙벽 훈련 도중 카푸치노 커피를 마시는 등의 여유로운 모습을 SNS에 올려 왔다. 그러나 26일 새벽(한국 시각)에는 그가 아닌 여동생 메건이 글을 올렸다. 10여 시간 전 베이스캠프를 덮친 눈사태에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네팔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내륙국으로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2(14만7181㎢). 인구는 3050만명이고 이 중 80% 이상이 힌두교를 신봉하는 인도계 아리안족이다. 수도는 카트만두(280만명). 1인당 GDP 700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비롯, 해발 8000m 이상의 고봉 8곳이 있어 세계 각지에서 등반가들과 트레킹족들이 찾는다. 2001년 왕세자의 총기 난사 사고로 국왕 등 왕족 11명이 몰살되는 등 정치적 혼란을 겪은 끝에 2006년 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도 이 나라에 있다.

조선일보

TV조선 화면 캡처


[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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