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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갈수록 ‘다크 서클’ 짙어지는 리커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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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금리·지준율 내려도 경기 안 살아나

관료들 ‘복지부동’에 속 터진 중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의 눈밑 그늘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는 반면, 공무원들은 복지부동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 경제 사령탑인 리 총리는 최근 일주일 새 세 차례나 공무원과 국책은행의 태만과 무사안일을 강하게 꾸짖었다. 리 총리는 21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무원에서는 한밤중에라도 급한 공문을 처리해 내려보내는데 일부 부처나 지방에서는 이 문건을 하달하지 않고 그대로 책상에 쌓아두곤 한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앞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일주일 안에 주요 공문들을 하달하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나흘 전 중국공상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을 시찰했을 때는 공상은행 중소기업 금융서비스 창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가슴속에 쌓아둔 말을 터뜨렸다. “중소기업이 취업자를 담는 그릇이오. 다른 곳보다 중소기업에 대출을 좀 늘리시오.” 리 총리의 말은 국책은행들이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농업 부문 대출엔 인색하고 대출금 회수가 쉬운 거대 국유기업만 신경쓰는 ‘안전’ 영업 실태를 겨냥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들이 지난달 1조1800억위안의 신규대출을 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개발은행에도 “신속하게 대출 업무를 처리해 국책사업 추진을 도우라”고 했다.

리 총리는 앞서 15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역시 각 부장(장관)들에게 제대로 일하라고 채근했다. 그는 “이미 정부가 결정을 내렸는데도 일부 부장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사업을 실행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건 정부 결정을 뒤집자는 식의 태도 아니냐”고 말했다. 리 총리는 회의 도중 한 부장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제기하자 도중에 말을 끊으며 “그거야말로 시간낭비다”라고 질책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리 총리가 평정을 잃었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리 총리의 ‘성난 얼굴’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여러 경기부양책을 쓰는데도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계속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다섯달 사이 두 차례씩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렸음에도 경기는 좀체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리 총리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7% 달성도 녹록잖다”고 말한 바 있다. 3월 주요 70개 도시 신규 주택 가격도 일제히 떨어졌고, 도시 실업률은 1분기 5.1%를 기록했다. 지난해 도시 실업률 4.1%를 1%포인트나 웃돈 수치다. 그는 지난 9일 지린성 창춘에서 열린 ‘동북3성 경제국면 좌담회’에서 “당신들의 경제성장 수치를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취업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성은 지난해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해 중국 전체 성장률 7.4%에 훨씬 못 미쳤다.

지난해 5월 리 총리는 국무원 회의에서 “일부 지방 관리들은 일은 하지 않고 사고만 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일은 안 하고 자리만 차지하면서 월급만 축내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두달 뒤에는 “일부 간부는 책임 의식이 부족하고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숨는다. 게으르고 산만하며 전시행정을 하는 데 급급하다”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중국에선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주요 지도자들의 집무실 겸 주거지)에서 결정된 정책과 명령들은 중난하이 밖으로 나오지를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리자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중국에선 행정 집행이 복잡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정책 결정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집행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경기를 떠받칠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관료 사회는 그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게 한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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