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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3·1운동 때 日경찰이 한국 여학생 발가벗겨 性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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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독교단체가 작성한 보고서에 기술돼…95년만에 공개

일제 강점기에 일본 경찰이 한국 여성들을 상대로 성고문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미국 기독교단체의 보고서가 발견됐다.

일본 경찰이 1919년 3·1운동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을 발가벗겨 고문하는 등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지른 사실을 제3자인 외국인의 시각으로 기술한 것으로, 보고서에는 일본 경찰이 체포한 한국 여성들을 강간했다고 시사하는 대목도 나온다.
조선일보

일본 경찰의 한국 여성에 대한 성고문 사실을 담은 보고서 표지.


미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인교회는 25일 ‘미국 교회연합회’(Federal Council of the Churches of Christ in America)가 3·1운동 당시 작성한 ‘한국의 상황’(The Korean Situation)이란 제목의 27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3·1운동 당시 당시 한국에서 활동하던 미국 선교사들이 보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교회연합회 산하 ‘동양관계위원회’(The Commission on Relations with the Orient)가 작성한 것이다.

3·1운동이 일어난 역사적 배경과 경과, 일본의 무자비한 탄압과 이후 일본의 식민지배정책 변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21년 설립된 뉴욕한인교회는 미 동부지역의 독립운동 거점이었다. 뉴욕한인교회는 ‘100년사’ 발간을 위해 창고에 보관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보고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일본 경찰의 한국 여성에 대한 성고문 사실을 담은 보고서 내용.


보고서엔 총칼을 앞세운 일본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 대한 통계가 기록돼 있다. 1919년 3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한국인 631명이 사망한 반면, 한국 내 일본인 사망자는 9명(주로 경찰)이었다. 또 한국인 2만8934명이 체포돼 5156명이 투옥됐고, 9078명은 태형(곤장)을 맞고 풀려났다.

보고서는 일본 경찰의 고문과 잔혹행위 중에는 여성에 대한 성고문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찰이 젊은 여성과 여학생을 발가벗겨 조사하고 고문하고 학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강간(rape)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일본 경찰에 의한 강간까지 벌어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일본은 3·1운동 이후 헌병경찰을 민간경찰로 바꾸는 등 무단통치에서 문민지배로 식민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헌병이 군복 대신 경찰복으로 갈아입는 형식적인 변화에 그쳤고, 일본 경찰의 고문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1919년 10~11월에 과거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고문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엔 당시 한국에서 활동하던 400여명으로 구성된 미국 선교사협회가 “일본 경찰의 가혹행위를 중단하라”며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총독에게 보낸 공문도 첨부돼있다. 선교사협회는 “일본 경찰이 독립을 열망하는 비폭력 시위대를 잔인하게 탄압해왔다”면서 “특히 노인과 여성, 소녀들을 상대로 이런 가혹행위가 벌어졌다”고 항의했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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