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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완종과 이완구의 닮은 점…“나는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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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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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저격’한 인물 가운데 가장 먼저 ‘쓰러진’ 이완구 국무총리는 역설적으로 성 전 회장과 여러 모로 닮았다.

충청 출신인 두 사람은 각각 지역에서 성공한 정치인과 기업인으로 꼽혔다. 경남기업 수사에 대한 성 전 회장의 인식과,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이 총리의 대처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는 깨끗하다’는 심리가 엿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런 인식 때문에 스스로 자기 덫에 걸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 전 회장의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ㄱ변호사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성 전 회장은 ‘나는 아무 잘못 없다’고만 주장했다. (드러난)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는 판사에게 자초지종을 잘 설명하고 법률적으로 대응해야 구속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내 말을 잘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성 전 회장은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정치적 미움을 받아서 그리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기자회견을 한 것도 (오해가 풀리면) 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자서전 <새벽빛>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볼 수 있다. 성 전 회장은 책에서 5공화국 시절 유력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고 부정 입찰을 한 혐의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은 상황을 언급하며, 자신은 먼지 털어 나올 게 없었고, 오히려 검찰이 자신에게 ‘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내 손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었다. 돈 봉투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선물들, 또 직원들이 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던 일들이 중앙수사부의 문을 닫고 나오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도 성 전 회장한테서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부인으로 일관했다. 처음에는 “친분이 별로 없다”고 했다가 의혹이 계속되자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결백을 호소했다.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 없다는 그의 주장도 운전기사나 자원봉사자 등 목격자들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1년 반 동안 두 사람이 23차례 만난 사실이 적힌 일정표가 공개되고, 1년간 217차례 통화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이 총리는 지난 1월 총리 인준을 앞두고서도 ‘깨끗한 총리’임을 강조하다가 역풍을 자초했다. 자신의 병역 기피 의혹에 51년 전 엑스레이 사진까지 보여주는 열의를 보이며 ‘자판기(제기되는 의혹마다 즉각 자료를 꺼내 해명)’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새로운 의혹과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벗겨도 벗겨도 의혹이 쏟아져 ‘양파’라는 별명을 달고 총리에 임명됐지만 성완종 리스트라는 결정타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이경미 서영지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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