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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완구, 성완종에 “내가 대통령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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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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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완구의 정치역정]

“성 형, 반기문 밀지 말고 나를 밀어달라”

대권 꿈꿨지만 의원직 유지도 힘든 상황


차기 충청권 대표 주자로 질주하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속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20년 정치 역정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이 총리는 지난 1월23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치적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그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지난해 예산 협상을 야당과 매끄럽게 처리하고, 여당 내부를 적절히 다독이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본인으로서도 차기 충청권 대표 주자로서 존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간 초반부 그는 자신의 병역 면제 과정을 증명하는 엑스(X)선 사진 등 각종 증빙과 사본까지 내보이며 준비된 후보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곧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황제특강, 교수직 특혜 채용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언론에 대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방송 패널 교체 등 개입을 했다고 자기 입으로 실토한 ‘언론 통제’ 발언은 결정타였다. 깊은 상처를 입고서야, 더 이상의 총리 후보자 낙마는 안된다는 여당 내 돌파론과 충청권 총리가 필요하다는 지역 민심 등에 힘입어 간신히 총리에 올랐다.

2월17일 취임 뒤 그는 ‘공직 기강’을 앞세워 재기를 도모했다. 첫 국무회의에서 장관 평가제 시행 의지를 밝히는 등 내각 군기잡기에 나섰다. 급기야 지난달 12일 내놓은 첫 대국민담화에서는 자원외교, 방위사업, 대기업, 공문서 유출 등 분야를 특정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지율 하락 등에 봉착한 박근혜 정부가 정국 돌파용으로 내세운 사정 국면의 총대를 이 총리가 멘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왔다. 담화 직후 시작된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 과정에서 첫 과녁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성완종 리스트’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총리가 2013년 재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정을 취임 제1성으로 내세웠던 이 총리 자신이 사정 대상으로 뒤바뀌는 상황이 됐다.

이 총리는 대권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을 사망 이틀 전에 만난 진경 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왜 성 형은 자꾸 반기문을 미느냐. 내가 대통령을 해야 되겠는데 성 형이 반기문을 밀지 말고 나를 밀어달라’ 이러더라는거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등을 고려해 국회의원직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의원직 유지도 장담하기 힘든 궁색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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