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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무한도전’ 10주년 맞은 지금, 위기대처능력을 발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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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한 명의 PD가 10년째 같은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대한민국 예능 사상 전무후무하다. 정해진 형식이 없어 ‘무형식의 형식’이라 불렸다. 매회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창작의 고통’을 이어왔다. 늘 ‘최초’의 시도를 했다.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대중문화평론가들의 평가는 이 예능이 국내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이며, 남자 멤버들로 구성한 집단MC 체제를 구축했다는 첫 예능이라는 점에서도 나온다.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유일무이한 팬덤까지 거느리며 늘 ‘무도’답기를 요구받는 프로그램, ‘국민예능’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자연스러운 평균 이하 남자들의 성장드라마 MBC ‘무한도전’이 오는 23일로 열번째 생일을 맞는다.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인 김구산 예능부국장은 “10년이 올 줄 모르고 지나왔다. ‘무한도전’은 한 주 한 주 먹고 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며 “새로운 형식과 포맷을 실현하는 것을 하나의 생명처럼 생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매주 무엇을 찍을까 고민했고, 늘 재미있는 기획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년의 과정이 제작진의 ‘무한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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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토요일’의 한 코너인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해 2006년 단일 프로그램으로 독립한 ‘무한도전’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 예능의 장을 연 새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본 안에서 움직이던 예능에서 리얼리티 쇼로 가는 중간다리”이자 “캐릭터로 움직이는 한국형 리얼리티쇼를 정착시켰다”고 평가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한국예능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리얼리티의 흐름을 만들었다”며 “야외취침, 독설, 사회풍자 등 ‘무한도전’을 통해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파생됐다”고 짚었다.

‘무한도전’의 지난 10년을 되짚고,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따라가보는 일은 이제 구문이 됐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으며, 최초였던 독창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영광은 사실 과거 10년 보다 향후 10년이 더 중요하다.

열번째 생일을 맞은 지금 ‘무한도전’은 특출난 위기대처능력을 발휘해야할 때가 됐다. 6주간의 ‘식스맨’ 프로젝트 이후 제국의 아이들 광희를 새 멤버로 영입한 지금 ‘무한도전’의 시청자게시판은 분쟁의 연속이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의 존재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지만, 나날이 짧아지는 콘텐츠 주기의 속성상 ‘참신성의 수명’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10주년을 맞은 현재가 ‘무한도전’의 위기”라는 평가도 따라오는 이유다. “스포일러처럼 아이템이 노출되며 프로그램의 신선함이 떨어진 부분”(하재근 평론가)이 있으며, “참신성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으로 자리잡았다”(정덕현 평론가)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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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평론가는 이 부분에서 김태호 PD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지적하며, “‘무한도전’이 안정단계에 접어들고 진화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아이템의 메뉴얼화를 통해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램엔 수많은 PD들이 힘을 싣고 있지만 방송가에선 ‘무한도전=김태호 PD’라는 등식이 성립한지 오래다. 제작진 역시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하며, ‘무한도전’에서 다뤘던 아이템 별로 포맷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 과정은 ‘무한도전’의 해외 수출의 길도 열어주고 있다. 김구산 부국장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지난 2014 싱가포르 아시아 텔레비전 포럼과 최근 진행된 프랑스 밉 포맷에서 ‘무한도전’의 베스트 아이템 포맷화 계획을 설명했다”며 “전략을 가지고 개별 에피소드 포맷화를 통해 활발하게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6주간 진행됐던 ‘식스맨’의 논란 역시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맞아 해결할 과제로 남아있다. 여섯번째 멤버가 된 광희는 현재 ‘무한도전’ 입성을 앞두고 찬반 서명의 중심에 서며, 무거운 왕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재근 평론가는 “한 사람을 뽑은 이상 확실한 역할을 부여해서 프로그램에 안착하게 할 책임이 제작진에게 있다. 배려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고, 김구산 부국장은 “스케줄 조정 이후 프로그램에 합류할 때엔 기존 멤버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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