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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22년 어느날…총 대신 마우스 들고 '돌격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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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예비군 창설 이후 가상시나리오

사이버사령부 제대군인이 우선 배치될 듯

훈련장서 전투훈련 대신 해킹 방어훈련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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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선 기자] 국군사이버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4년간 복무하고 제대한 김정보 씨. 그는 군 경력을 인정받아 정보통신 분야 보안업체에 재직 중이다.

2022년 6월 어느 날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예비군 훈련 통지가 날아왔다. 김씨는 회사 결재를 받은 뒤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2016년 서울 후암동으로 이전한 사이버사령부로 향했다. 회사 동료들도 사이버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사이버방호 임무를 수행했다.

사이버사령부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김씨와 동료 외에도 20여명이 훈련에 소집됐다. 이들은 모두 사이버사령부 부사관과 장교 출신으로 IT분야에서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소총을 들고 훈련을 받는 대신 이곳에서 마우스를 들고 사이버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대부분 같은 부대 선후임 사이여서 훈련 때마다 반가운 인사가 오간다.

김 씨도 군에 몸담았을 때 친하게 지냈던 후임을 오랜만에 만났다. 김 씨의 부사수였던 후임은 대전시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한다고 했다. 후임은 대전에서 서울 용산까지는 너무 멀다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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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절 따라 오십시오.” 예비군 집결이 끝나자 병사들이 예비군들을 인솔했다. 김씨와 일행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북한으로 추정되는 집단의 사이버 공격이 집요하게 계속되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소집한 비상훈련여서 베테랑 예비역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이버예비군 작전팀’이라는 안내판이 걸린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예비군들은 사이버 방호, 추적, 공격, 심리전 등 작전 유형에 맞춰 자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합동참모본부에서 파견 나온 사이버예비군 지휘관의 브리핑이 시작됐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말씀드립니다. 13일 오전 9시 이후 좀비PC 수십대가 공공기관과 금융사, 언론사 등에 200여차례 침투를 시도했습니다. 진원지는 중국, 독일, 베트남 등 90여 개국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진원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맞춰 레드팀은 공격, 블루팀은 방어를 해주십시오.”

사이버예비군이 창설된 지는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7년 이상 늦었다. 사이버전이 총탄이 오가는 전쟁 못지않은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이 있다. 사이버예비군이 창설되기 전까지는 사이버사령부 출신 예비역들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소총을 쏘고, 각개전투를 했다.

사이버예비군에 대한 군 수뇌부의 만족도는 높다. 군 제대 후 IT보안업체 등에서 일하며 쌓은 기술과 경험 덕분에 현역들보다 우수한 기량을 선보이는 예비역들이 적지 않아서다. 다만 훈련이 가능한 곳이 용산 사이버사령부 한 곳뿐이어서 지방에 사는 예비역들은 불만이 많다. 사이버사령부도 이같은 문제를 고려해 세종시에 비상 시 작전실로 사용이 가능한 훈련장 한 곳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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