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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자식 잃은 부모한테 물대포 쏘다니…해도해도 너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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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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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슬픔·분노 곱씹은 유가족들

연행됐다 풀려난 유민 아빠

“온몸 몽둥이 맞은 듯 욱신거려”

동생 잃은 최윤아씨

“경찰들 방패 들고 밀고와

유가족·수녀님들도 깔릴뻔”



“어제는 해도 해도 너무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잃고 나서 하는 1주기 추모행사인데…. 경찰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물대포를 쏘고 고성과 욕설까지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나요.”

단원고 2학년 9반 고 이보미양의 어머니 정은영(45)씨는 19일 오후 <한겨레> 기자와 통화할 때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였다. 정씨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가 19일 새벽 2시께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경기 안산의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18일 경찰이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을 쏘는 동안 유가족들은 분노와 슬픔을 곱씹어야 했다. 정씨는 “어제 유가족은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러 온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경찰이 왜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를 강경 진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이날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를 ‘4·18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주동자 전원을 엄단하겠다고 밝히자 유가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광화문 누각 유가족 농성장을 지켰던 단원고 2학년 3반 고 최윤민양의 언니 최윤아(24)씨는 “18일 낮부터 경찰이 방패를 앞세우고 들어와서 광화문광장 근처에서는 유가족과 수녀님들이 깔릴 뻔했던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차벽을 설치해 길을 막고 물대포를 사람 얼굴을 향해 쏜 경찰이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 양 행세한다. 경찰에게 창피하지 않으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차벽을 준비는 했지만 미리 설치한 적은 없다’며 과잉진압이 아니라는 경찰청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씨는 “처음부터 횡단보도 등 사람이 다닐 만한 곳에는 차벽이 이미 설치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범국민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유가족들은 관련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면서 밤새도록 안절부절못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 이근형군의 아버지 이필윤(56)씨는 “경찰이 유가족과 시민을 강경 진압하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났다. 우리 반 유가족 몇분이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불안하고 걱정돼 18일 밤 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연행됐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19일 오후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풀려났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온몸이 몽둥이로 얻어 맞은 듯 욱신거립니다”며 “우리 세월호 가족은 어제 희망을 보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글에서 김영오씨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했다. 더 이상 진실이 거짓에 패하는 모습을 보지 않을 것이라며 저희 가족들은 목숨을 내놓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삭발까지 했다.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김일우 홍용덕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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