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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세영 ‘빨간바지의 마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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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LPGA 롯데챔피언십 역전 우승…올 데뷔 2승째 ‘태풍의 눈’

연장 첫홀 154야드 샷이글 성공…2·3·4위도 한국선수들이 휩쓸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사상 이보다 더 ‘반전의 짜릿함’을 안겨준 우승 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올해 미국 투어에 데뷔한 ‘역전의 여왕’ 김세영(22·미래에셋자산운용). 그는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5m 남짓 거리의 칩샷을 그대로 홀로 집어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가더니, 연장 첫 홀에서는 154야드 거리에서 환상적인 샷이글을 성공시켜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두차례 믿기지 않는 샷으로 기적적인 우승을 일궈낸 김세영은 18번홀 그린 주변에 있던 방송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이대자 영어로 “스틸 언빌리버블(still unbelievable)!”이라고 외치며 감격스러워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의 코올리나골프클럽(파72·6383야드)에서 열린 2015 시즌 9번째 대회인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최종 4라운드. 김세영이 연장전에서 미국 투어 통산 13승에 빛나는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상대로 재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상금 27만달러(2억9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월8일 시즌 두번째 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일찌감치 데뷔 첫 우승을 맛봤던 김세영은 2개월여 만에 시즌 2승째를 올리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시즌 상금 69만9735달러로 이 부문 단독선두로 치고 나섰다. 미국 투어에서 새내기가 단기간에 2승을 올리는 것은 사례를 찾기 거의 힘들다. 김세영은 2주일 전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에이엔이(ANA) 인스피레이션’에서도 선전하며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4라운드 샷 난조로 공동 4위로 밀려 아쉽게 ‘메이저 퀸’ 등극을 놓친 바 있다.

어릴 적부터 태권도로 단련된 김세영은 163㎝로 키는 크지 않지만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64.71야드를 기록해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호쾌한 장타자로 알려져 있다. 2013~2014년 한국 투어 통산 5승을 올렸는데, 4라운드에서 대부분 역전 우승을 일궈내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2언더파 단독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이날 버디 3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11언더파 277타(67+67+70+73)로 박인비(67+70+69+71)와 공동선두로 마쳤다. 박인비와 11언더파 공동선두인 상황에서 김세영은 18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자칫 우승이 물건너갈 뻔했다. 그러나 3번째 샷을 그린 부근에 올린 뒤, 멋진 칩샷으로 공을 홀컵으로 집어넣으며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긴 버디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춰서는 바람에 아쉽게 파에 그쳤다. 18번홀(파4·403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첫 승부에서 김세영은 154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샷이글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세영은 2013년 9월 한화금융 클래식에서도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신들린 샷으로 역전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다. 당시 4라운드 17번홀 홀인원으로 선두를 달리던 유소연을 1타 차로 압박했고, 결국 연장전에서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김세영은 롯데 챔피언십 우승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 샷이글을 했지만) 생애 최고의 샷은 따로 있다. 한화금융 클래식 홀인원이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샷”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인경(27·한화)이 초반 11언더파 선두로 나서고, 6번홀에서는 박인비가 단독선두로 나서는 등 한국 선수 3명이 한 치의 양보 없는 우승경쟁을 벌였다. 16번홀을 마친 상황에서는 3명이 나란히 11언더파 공동선두를 기록하는 등 예측불허의 승부가 이어졌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통산 4승째를 노리던 김인경은 17번홀 보기로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김인경이 9언더파 279타 3위, 김효주(20·롯데)와 최운정(25·볼빅)이 7언더파 281타 공동 4위를 기록하는 등 리더보드 상단은 한국 선수들이 점령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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