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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생·기업 경영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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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기업인…합법·불법 오가는 굴곡진 역정

노조측 "회사 자산 빼돌려" vs 서산재단 "검소한 인생길"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매출액 1조 7천620억원, 영업이익 650억원, 순이익 130억원. 고 성완종 전 회장이 운영하던 경남기업의 2008년 성적표다.

다른 대부분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경남기업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기 악화로 2008년 정점을 찍고 이후 덩치와 수익성 측면에서 후퇴했다.

대우 계열사이기도 했던 경남기업은 2003년 대아건설에 인수되며 성 전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2009년과 2013년 두 번의 워크아웃을 거친 경남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1조2천41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천827억원에 달했다.

결국 국내 건설업계에서 최초로 1973년 증시에 입성했던 경남기업은 42년여만인 지난 15일 주식시장에서 퇴장했다.

경남기업의 굴곡진 운명은 성 전 회장의 인생 궤적과도 닮아 있다.

충남 서산 출신인 성 전 회장은 20대에 200만원이 안 되는 종잣돈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어 1982년 대전·충남지역에 기반을 둔 대아건설을 인수했다. 1990년에는 서산장학재단도 설립했다.

대아건설은 건설사로서는 드물게 1996년 7월 1일 개장한 코스닥시장의 등록(상장)업체가 됐다.

성 전 회장이 중견그룹의 오너로 거듭난 것은 2003년 도급 순위 20위권인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경남기업의 최대주주가 된 성 전 회장은 인수 직후 경남정보기술에 이어 2007년 베트남 지사를 설립해 랜드마크72빌딩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나섰다. 에너지 공급회사인 수완에너지도 세웠다.

2005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의 캄차카반도 석유탐사 사업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마다가스카르 광산개발과 미국 멕시코만 심해 가스탐사 사업 등 자원개발 사업에도 잇따라 손을 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1조원대의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건설에 차질이 발생했고 결국 경남기업은 워크아웃에 이어 상장폐지의 운명을 맞게 됐다.

2003년 경남기업을 인수할 당시 성 전 회장은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이미 눈을 돌린 상태였다.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소속 비례대표 2번으로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으나 실패한 성 전 회장은 19대 총선에서 충남 서산·태안 지역 새누리당 공천에서 낙천하자 선진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자수성가한 많은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성 전 회장 역시 기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합법과 탈법, 불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특보로 활동하던 2002년 5∼6월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회삿돈 16억원을 빼돌려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결국 집행유예형이 확정됐다.

이후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에는 행담도 개발 사업 과정에서 회삿돈 120억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돼 역시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성 전 회장은 두 번 모두 사면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자신이 일군 기업이라는 생각에 '주머니 돈을 쌈짓돈 마냥' 쓴 많은 자수성가 기업인들의 전철을 밟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 회사 자산을 빼돌렸다는 노조의 의혹 제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남기업 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성 전 회장 일가가 2008년 워크아웃을 진행했을 당시 경남기업 내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던 코어베이스를 계열분리한 뒤 성 전 회장 부인인 동모씨 자산으로 둔갑시켰다"면서 "이후 코어베이스는 (경남기업의) 자재구매권 등을 독점하며 부당이익을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의 또다른 특징인 인맥과 학연, 지연 등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집착 역시 성 전 회장에게서 엿볼 수 있다.

2000년 충청권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 등을 규합해 창립한 '충청포럼'이 대표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친분 과시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거대 기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로비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은 것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기업의 역대 사외이사 명단을 봐도 성 전 회장의 마당발 성격과 함께 정관계 인사 모시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경남기업의 역대 사외이사 명단에는 임창열 전 재정경제원 장관(전 경기도지사)과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향렬 전 건설교통부 차관보,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임좌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회사를 키워온 방식이나 경영 스타일과는 다르게 성 전 회장은 자신에게는 아주 엄격하고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대문 답십리에 위치한 경남기업 본사의 성 전 회장 집무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평소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끼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큰 만큼 성 전 회장은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300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이후에도 장학재단 운영은 계속됐다.

서산장학재단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에서 "고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땅 한 평, 개인 통장 하나 없었던 검소한 인생길을 걸어왔다"면서 "고인에게 부도덕한 오명의 낙인을 찍으려한 의도가 있었는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고인이 표적이 됐는지, 장학재단 가족 모두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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