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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베 정권 '언론 길들이기' 역풍…보수언론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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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닛케이, 자민당의 방송사 간부 조사 사설로 비판

연합뉴스

자민당 정보통신전략조사회가 지난 17일, NHK와 TV아사히의 고위 간부를 불러 사실상의 조사를 벌이는 모습.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주요 방송사 간부들을 불러들여 방송 내용에 대한 사실상의 조사를 벌인데 대해 보수 언론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 17일 방송사에 대한 정권의 압력 의혹을 제기한 전직 관료 발언이 생방송 중에 방영된 TV아사히와 시사 프로그램의 '사전 연출' 문제가 제기된 NHK의 간부를 불러 경위를 청취했다.

그러자 정권에 호의적인 보수언론 요미우리 신문과 중도 보수 성향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연이틀 이를 사설로 비판했다.

18일자 요미우리 사설은 TV 아사히와 NHK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제했지만, 두 방송사가 공개 사죄하거나 잘못을 인정했음에도 집권 여당이 방송사 간부를 불러 낸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어 "방송 면허의 인허가권은 (정부 부처인) 총무성이 갖고 있다"며 "정권 측의 '압력'이나 '개입'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 뒤 자민당에 "절도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프로그램 내용 청취(조사)'라는 제목의 19일자 사설에서 "보도와 언론에 대해 집권당이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겠다는 의도가 없다고 정말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설은 이어 "이번 자민당의 대응은 민주주의 하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 문제의 상태를 묻는다"라고 지적한 뒤 "권력과 언론 사이에는 늘 어느 정도 긴장 관계가 있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언론이 갖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언론의 자유가 있기에 민주주의는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당 안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됐다. 자민당의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의 이노우에 요시히사(井上義久) 간사장은 17일 기자들에게 "자민당은 보도에 대한 개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의 해설가인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 씨는 지난달 27일 TV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인 '보도 스테이션' 출연 중 자신이 TV아사히 회장 등의 의향에 따라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며 그동안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비롯한 총리관저로부터 압력을 받아왔다고 주장, 파문이 일었다.

NHK는 최근 방영된 인기 시사 프로그램 `클로즈업 겐다이(現代)'에서 인위적인 연출이 있었던 것으로 지적돼 NHK 조사위원회가 중간 보고를 통해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자민당이 시종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TV아사히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벌였으며, TV아사히만 조사하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NHK까지 한 묶음으로 조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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