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몰입력 최고' 가상현실 저널리즘…"실험 본격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리아 내전 등 참상 '눈물 경험'…美 언론 행사서 '스타급' 관심

"기술 혁신 매우 빠르고 쓰임새 다양…내용 좋으면 대박 가능"

연합뉴스

"현장에 온 것 같아" (오스틴<美텍사스주>=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18일(현지시간) 텍사스대 교정에 마련된 가상현실(VR) 저널리즘 체험장에서 참가자가 VR 기기를 쓰고 뉴스와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보고 있다.


(오스틴<美텍사스주>=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대 교정.

유명 언론학 학술행사인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ISOJ)의 현수막이 걸린 홀 한쪽 작은 방에 세계 각국 기자들이 줄을 섰다.

큰 물안경을 닮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써보려는 행렬이다. VR 기기가 눈을 덮자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의 가정집이 입체 화면으로 나타났다.

VR 기기를 쓴 채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일으키면 화면이 따라 움직여 집 곳곳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빵을 굽는 소리, 아이 목소리, 닭 울음소리 등이 귀를 메우자 정말 중동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글이나 사진과 비교해 생생함이 몇 곱절 강렬하다. 게임이나 영화에서 주목받는 최신 VR을 뉴스에 접합한 결과물이다.

17일부터 이틀간 열린 올해 ISOJ의 최고 스타는 'VR 저널리즘'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에밀리오 가르시아 루이스 워싱턴포스트(WP) 디지털 총괄국장은 "ISOJ 참가자 전원이 VR 저널리즘 체험장에 꼭 들려야 한다. VR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술"이라고 말했다.

체험장 한복판에 노니 데라페냐(52·여)씨가 웃는 얼굴로 섰다.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 등 언론계 경험이 20년이 넘는 데라페냐씨는 미국에서 VR 저널리즘 개척자로 꼽힌다.

VR 저널리즘이라는 말도 생소하던 지난 2009년부터 도시 빈곤, 인종차별, 시리아 내전 등 굵직한 문제를 VR로 다룬 작품을 잇달아 내놨다.

데라페냐씨는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2018년이면 전 세계 VR 기기 사용자가 2천500만명에 달한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기술 진보가 숨가쁘다"며 "이런 상황에서 VR 저널리즘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VR 저널리즘은 먼 곳의 사건도 눈앞에서 '내 일처럼' 보여준다. 폭격, 강도, 투옥 등 실제 참상에 대한 감정적 이입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VR 기기를 벗자마자 눈물을 쏟는 체험자도 적잖다.

데라페냐씨는 VR의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투표의 의미와 예상 결과를 보여주고 투표를 장려하는 '게임형' 뉴스를 VR로 만드는 작업 등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VR 저널리즘의 시장 규모가 작을 거라는 관측도 있지만 전 내용만 좋다면 VR 다큐도 대박을 칠 수 있다고 봐요. 시리아 내전을 다룬 작품인 '프로젝트 시리아'도 모든 연령층에서 반응이 좋았거든요. 사람들은 오락에 대한 욕구만큼 세상을 잘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VR 저널리즘은 아직까지는 태동기다. 대형 언론사가 제작에 뛰어든 경우가 미국에서도 거의 없다.

전국지 USA투데이의 모회사인 가넷이 작년 9월 아이오와주 농민의 삶을 다룬 '하베스트 오브 체인지'를 시범 제작한 게 그나마 유일하다. 'VR의 대세는 게임 아니면 영화'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탓으로 풀이된다.

데라페냐씨는 "VR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이 2018년 전에는 양질의 VR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보며 "착용이 부담스럽다던 VR 기기가 계속 크기가 작아지고 싸지는 것도 주목할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시각 예술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뉴스위크 특파원, TV 프로그램 작가, 다큐멘터리 감독 등으로 경력을 쌓았다.

애초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컸던 덕에 VR의 가능성을 빨리 실감했다. 2000년 중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언론학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VR 저널리즘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언론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엉터리 현실'을 보여주고 감성을 자극하는 VR이 저널리즘의 가치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이 VR을 현실과 혼동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우려입니다. 전 이원성(duality)이라는 특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VR 경험이 생생해도 사람들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요."

데라페냐씨는 현재 USC에서 미디어 아트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VR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엠블리매틱 그룹'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ISOJ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ta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가상현실(VR) 저널리즘의 개척자로 꼽히는 언론인 겸 연구자 노니 데라페냐(52·여)씨가 18일(현지시간) 텍사스대 교정에서 한국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