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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채시라 "바로 이 맛…할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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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극서 순수·푼수 교차하는 김현숙 역 열연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할 맛이 난다고 하죠? 딱 그 말이 맞아요. 배우들끼리 서로 핑퐁처럼 주고받는 맛이 정말 좋아요. 대본도 훌륭하고, 베테랑들이 모여서 호흡을 맞추니 연기하는 게 정말 즐겁고 재미가 납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채시라(47)의 목소리는 유쾌하고 밝았다.

"프로들이 모여 핑퐁처럼 착착 연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이런 맛이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수목극 시청률 1위를 달리며 화제를 모으는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주인공 김현숙을 연기하는 채시라를 최근 인터뷰했다.

채시라는 드라마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도도하거나 섹시하거나 청초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소화해온 그가 이번에는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학력, 10대 시절 사고를 쳐 덜컥 엄마가 된 철부지 이력, 순수한 것까지는 좋은데 장성한 딸을 둔 지금도 여전히 순진하고 단순해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불안한 행보의 김현숙으로 분한 채시라는 지난 30년의 연기인생에서 보여줬듯 이번에도 '성실하게' 망가지며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초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그는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선 현재는 '착한 여자' 김현숙의 선한 에너지와 용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총 24부작으로 지난 16일 16부까지 방송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제 중졸 학력의 김현숙이 여고 시절 교사 나현애(서이숙 분)로부터 학대당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려 노력하고 그를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조명하게 된다.

16부의 엔딩신에서 김현숙은 꼼짝없이 그 시커먼 실체가 만천하에 공개될 위기에 처해있던 나현애를 구해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20여 년간 자신의 인생에 검은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며 영혼에 큰 상처를 준 데다, 바로 직전에는 자신의 뒤통수를 가방으로 후려치기까지 한 나현애였지만, 김현숙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이 비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빛임을 그 환한 미소로 보여주며 희망을 전해줬다.

"'다섯손가락'(2012) 이후 4~5작품을 그냥 '통과' 시켰어요. 마음이 영 안 움직이더라고요. 아이들하고 지내는 시간만 좋았고 별로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런데 '착하지 않은 여자들' 시놉시스를 읽고는 이거 내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면서 막 흥분되는 거예요. 내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겠다 싶었고, 내가 그동안 찾던 게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채시라는 "이제부터 현숙의 자아찾기가 구체화할 것"이라며 "결국 용서라는 것도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것 같다. 남을 위해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용서를 해야 모든 것이 편해지고 내 삶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임을 현숙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숙은 한탄만 해봤자 바뀌는 게 없음을 깨달았어요. 남 탓만 하면 무슨 소용 있나, 내가 바뀌자 결심하죠. 그러면서 나현애 선생님 역시 알고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정도 많은 인물이라 한번 마음이 바뀌니 이제는 비뚤어진 나현애 선생님을 자신이 교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아무리 미워해도 현숙에게 나현애는 선생님인 거죠."

1984년 16세에 가나초콜릿 CF로 데뷔한 채시라는 학창시절 촬영장과 학교만을 오가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촬영과 더불어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죠. 학교도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한눈팔 새도 없었고 제가 그런 성격도 아니었어요. 남에게 책잡히는 것도 싫어하고 말썽도 안 부리며 조용히 지냈어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아이들하고도 잘 지냈죠. 드라마 속 현숙이와는 많이 달랐죠. 실제로는 제가 배우인데, 끼는 현숙이가 더 많죠.(웃음) 중학교 때는 교복을 입다가 고등학교 때 교복자율화로 사복도 입고, 이런저런 경험을 다해봐서 그런지 원없이 학창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그는 이번에 촬영하면서 여고시절이 떠올라 울컥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현숙이 퇴학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탄원서를 들고 모교를 찾아간 장면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교복 입고 머리 땋은 아이들이 대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웃고 떠들며 계단을 내려오는 신을 촬영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웃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저는 뒷모습만 잡히는 거였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학창시절은 아쉬움, 추억, 아름다움 같은 단어와 함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그런 걸 추억하고 떠올리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채시라는 앞서 '서울의 달'이나 '아파트', '여자 만세' 등의 드라마를 통해 철이 없거나 털털하고 투박한 캐릭터를 소화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김현숙과 같은 캐릭터는 처음이다.

"보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내뱉는 단순하고 무식한 인물이죠.(웃음) 앞서 보여드렸던 캐릭터들에서 많이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셈인데 초반에 그게 강조되면서 많이 재미있어 하신 것 같아요. 이제는 서서히 현숙이가 자기주장을 하고 의견도 밝히면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됩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는 채시라와 함께 김혜자, 장미희, 도지원 등 베테랑 여배우들이 멋진 앙상블을 낸다.

"저도 짧은 기간 배우 생활을 한 게 아닌데 역시 선배님들은 뭔가 다르세요.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선배님들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큽니다.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분들이에요."

채시라는 "초반에는 메이크업도 거의 안 하고 파마머리도 뽀글뽀글했지만, 서서히 메이크업도 선명해지고 파마 웨이브도 굵어지는 등 현숙이가 점점 더 여성스러워지고 예뻐진다"며 "현숙이가 외적으로 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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