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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국 산림마다 산나물 싹쓸이 불법채취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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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두릅 새순. 2014.10.15 (이종백=연합뉴스)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봄을 맞아 산나물과 약초 등 임산물 불법 채취가 늘면서 전국 산림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행사 상품이나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을 통해 일행을 모집, 떼로 다니며 임산물을 싹쓸이해가는 사례가 많아 심각한 산림훼손은 물론 산촌주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 "산나물에도 임자 있는데…"

대청호 상류 청정지역인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일대 야산은 고사리로 유명하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키워 수확한 고사리는 중국산 고사리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맛이 쫄깃하고 담백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매년 4~5월이면 몰려드는 외지인들로 한바탕 전쟁을 치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주말이면 마을 진입로에는 외지에서 온 차들이 2∼3대씩 주차돼 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산에 올라가 고사리며 산나물이며 닥치는 대로 뜯어 보따리나 포대째로 담아 간다.

주민들과 마주치면 "주인이 있는 줄 몰랐다"라고 발뺌하거나, 오히려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다반사다.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주민들이 소일거리로 짓는 엄나물, 개두릅, 산나물 등 산채농사는 외지인들 때문에 망치기 일쑤다.

아예 일용 근로자를 데려와서 남의 산에 들어가 나무를 베고 두릅을 뜯어가는 일도 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대기리 주민 김모(63)씨는 "여행 왔다가 잘 몰라서 남의 산에 들어온 사람들은 딱 보면 안다"면서 "산나물 철만 되면 와서 쑥대밭으로 해놓고 가서, 두릅 군락지 앞에다 텐트치고 밤낮으로 지켜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유림은 물론 국유림 내에서 무단으로 산나물이나 산약초, 나무열매, 버섯 등을 채취하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산림청이 지방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25개 기관 1천200여명의 산림 특별사법경찰을 수사기동반으로 편성해 단속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동부지방산림청 보호팀 관계자는 "최근에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여행사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단속반이 주요 입산로를 중심으로 계도·단속하고 있지만, 새벽 시간대에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몰래 들어갔다 나가는 경우가 많아 현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나물 캐다 조난·실족…'안전사고' 위험도

임산물 채취가 종종 안전사고로 이어져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나물이나 약초를 캐려고 등산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를 당해도 위치 파악이 어려워 더 문제다.

산악지대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최근 3년간 4∼6월 산나물 채취 중 발생한 안전사고가 2012년 10건에서 2013년 14건, 지난해 25건으로 3년 새 150%(15건) 증가했다.

119가 구조·구급 조치한 사상자 수도 2012년 부상 2명에서 2013년 사망 1명·부상 5명, 올해 사망 2명, 부상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 15일 정선군 여량면 봉정리 안골 인근 야산에서는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던 90대 여성이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3월 15일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서 50대 남성이 돌단풍을 뜯던 중 실족해 인근 하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련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독초를 봄나물로 오인하고 섭취하는 사례도 매년 나타난다.

지난해 4월 강원 양양군 서면에서는 아들과 함께 독초를 산마늘로 알고 캐 먹은 60대 남성이 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일이 있었다.

독초로 인한 증세는 일반적으로 위세척과 해독제, 흡수억제제 등을 투여하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심하면 혈압 쇼크나 사망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흔히 아는 고사리, 질경이 등도 소화기계 질환, 어지럼증 등 각종 부작용을 동반하는 독소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물에 삶거나 데쳐서 먹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봄철에 나물을 먹고 자연독성으로 식중독에 걸린 환자는 320여 명에 달한다.

원미숙 강원도소방안전본부 종합상황실장은 "산나물 채취 등으로 지정된 등산로를 이탈해 무리하게 산행하면 조난이나 실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산나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경우 독초를 식용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함부로 채취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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