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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제지표 죽쑤는데.."회복 조짐" 정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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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주요 경제지표 반등..회복 조짐 감지"

전문가들 "일시적 개선으로 회복 판단 성급"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하지나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째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국제수지가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지만 정부의 경기 판단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시장 일각에서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우려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상당히 크다.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회복’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에 지나치게 경도돼 현실을 외면함으로써 위기 대응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디플레 우려 외면…긍정적 지표만 주목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한국 경제에 대해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 신(新) 3저 효과 등으로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고 생산, 소매판매 등 주요지표가 반등하는 등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제2차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는 그간의 경기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발표된 일부 경제지표의 개선을 주목했다.

2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5% 증가했다. 2011년 3월 4.0%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늘면서 두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고 소매판매도 2.8% 증가해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 부총리는 이러한 경제지표를 토대로 ‘회복 조짐 감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생산 지표가 개선된 것은 2월 설 연휴라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 효과를 제외하기 위해 1·2월 생산수치를 묶어 평균내서 보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1%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경기가 회복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는 3.9%에서 3.4%로 낮아졌고, 물가는 2개월 연속 (사실상) 마이너스, 국제수지는 수출 줄어들어 불황형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며 “일시적인 경제지표로 경기 회복을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정부는 큰 그림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 경제심리도 정부-소비자 큰 괴리

다른 경제지표들은 더 암울하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38로 전년동월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4개월 연속 0%대다. 특히 물가 기여도가 0.6%포인트인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다. 전월에 이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가 2개월째 이어지며 디플레이션 공포를 확산시켰다.

3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83억 9200만달러를, 경상수지 흑자는 64억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란 점에서 기대보단 우려가 더 크다.

최 부총리가 늘 강조하는 ‘경제 심리’도 정부와 소비자의 인식 간 괴리가 크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금리와 저유가 등 대내외 경제여건 개선이 가계와 기업에 호재로 작용해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로, 오히려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점인 100을 넘었다는 것은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지만 지난 201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던 작년 12월과 같은 수준에 불과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한국 경제가 놓인 현실을 구조적인 문제로 봤다. 그는 “2006년부터 2013년 사이 소득은 31.6% 늘었는데 소비지출은 22%밖에 안 늘었다. 반면 세금, 연금 등 비소비지출은 36.9% 늘었고 대출상환 부동산 매입 등 기타지출이 47.2% 증가했다”면서 “경기와 무관하게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내수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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