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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신흥국 덮친 '자본유출'.. 기업들 '디폴트' 위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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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러시아·말레이시아 등 자원 수출국 타격
부채비중 높은 태국·중국·터키·한국도 위태로워
2조弗 넘는 주요 통화 회사채, 연쇄부도 '시한폭탄'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이후 신흥시장에서의 자본유출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인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자원 수출국의 타격이 특히 심하겠지만 신흥시장 전반이 신용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이하 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과 ING 통계에 대한 분석기사를 통해 전문가들 사이에 이같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ING에 따르면 15개 대형 신흥시장의 지난해 하반기 자본유출 규모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고, IMF 통계에서는 지난해 신흥시장 외환보유액이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ING 투자운용 신흥시장 선임 전략가 마르탱 바쿰은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자본유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상당수 신흥시장 기업들이 회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쿰은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 높은 국가들의 타격이 특히 심하겠지만 부채비중이 과도한 태국, 중국, 터키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시장 채권은 2007~2013년 49조달러 급증해 이 기간 전세계 채권 증가분의 47%를 차지했다. 이는 2000~2007년 전세계 채권 증가분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했던 비중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신흥시장 자본유출은 이처럼 채무가 급격히 증가한 국가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의 경우 2007~201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45%포인트 급증했다. 83%포인트를 기록한 중국보다는 낮지만 타격이 심한 말레이시아의 49%포인트, 위험한 것으로 평가받는 태국의 43%포인트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만은 16%포인트 늘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자본유출은 2013년 중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시사로 비롯된 당시의 자본유출과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는 일시적인 것이었지만 지금은 유출이 근본적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과 중국 내 투자 위축에 따른 '중국 캐리 트레이드' 축소가 맞물리면서 세계 자금 흐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미국 등에서 값싸게 돈을 빌려 중국내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이같은 캐리 트레이드가 위험해졌다. 지난해 4·4분기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은 910억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자본유출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경제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자본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고, 이에따라 경제성장률도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신흥시장 GDP 성장률이 지난해 4.5%에서 올해는 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학제품, 상품 컨설팅 업체인 인터내셔널 이켐의 폴 호지스는 상품 시장의 슈퍼사이클 종식과 저유가 출현으로 자금 흐름이 변곡점을 만나게 됐다면서 자금시장 환경이 15년만에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자본유출은 이 지역 회사채 연쇄 부도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전무하다시피했던 신흥시장의 달러, 유로 등 이른바 '경화' 표시 채권 규모는 현재 2조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시장에서 비슷한 등급으로 평가받는 미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 1조6000억달러를 웃돈다.

자본유출로 빚 갚을 돈이 부족해지면 막대한 경화 표시 회사채는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시한폭탄인 셈이다.

BNP 파리바의 신흥시장 채권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스피겔은 최근 '디폴트의 전조'라는 보고서에서 자본유출이 지속돼 자본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위험도가 높은 회사들의 신용도가 잠식되고, 이에따른 기관투자가들의 매도로 시장 여건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채권가격은 신흥시장 회사채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투기등급 회사채 부도율은 1일 현재 2.8%에서 2017년 1월 12%로 급증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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